[르포] 리베라호텔 앞 ‘촛불문화제’ 불꺼진 직장… ‘눈물’로 켠 촛불

2018-01-19 00:00       이국환 기자 gotra1004@cctoday.co.kr
직원·노조원 갑질폐업 규탄 “피땀 흘린 일터 찾고싶을뿐” 지나가던 주민들도 발길 못떼

▲ 호텔리베라 유성 노조는 17일 호텔 앞에서 ‘리베라호텔 갑질 폐업 규탄 촛불문화제’를 갖고 신안그룹의 일방적인 갑질 폐업을 반대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국환 기자
“피땀흘려 일궈낸 우리의 일터를 꼭 되찾고 싶습니다. 우리의 직장을 되찾을 때까지 촛불문화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17일 오후 7시경에 찾은 대전 유성 봉명동. 일대에는 휘황찬란한 간판들이 저마다 빛을 뽐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유성의 상징이라 불리던 호텔리베라가 활기를 잃은 채 어둠 속에 휩싸여 있었다.

불 꺼진 호텔리베라는 마치 폐허를 방불케 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한 두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새해 벽두부터 직장을 잃은 소속 직원들과 노동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은 피땀흘려 일궈낸 일터를 되찾기 위해 이날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비가 올듯 말듯한 날씨 속에도 일터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옷을 꽁꽁 싸매고 나왔다.

리베라호텔의 폐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모회사인 신안그룹은 2004년에도 호텔리베라의 폐업을 감행했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당시 호텔리베라의 폐업을 위장폐업으로 보고 부당해고 등을 인정해 근로자들의 복직을 신안그룹에 명령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리베라호텔는 또 다시 폐업설에 휩싸였고, 결국 지난 1일 폐업의 역사를 반복하고 말았다. 소속 직원들과 호텔리베라 유성 노조는 지난 4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번 폐업 역시 위장이라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이들은 저마다 손에 초를 들고 갑질 폐업을 반대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삼킨 눈물 대신 촛불 타는 냄새가 조금씩 주변으로 번졌다.

집회에 참석한 박홍규 호텔리베라 유성 조합원은 “이번 호텔리베라 폐업은 철저히 준비된 폐업”이라며 “노동조합이 위장 갑질 폐업임을 알려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역의 명물이고 유성의 상징인 리베라 호텔을 꼭 살려내 다시 근로자로 직원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에 발길을 떼지 못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이경옥(63·여) 씨는 “유성의 명물인 호텔리베라가 폐업하면서 주변 상권이 많이 죽었다”며 “대부분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일 텐데 꼭 영업을 재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는 소속 직원들과 노조 측의 페업 반대에 대한 결의와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집회가 끝날 무렵, 어떤 이는 끝내 억울함을 참지 못해 타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폐업 반대를 위한 호텔리베라 유성 노조의 촛불문화제는 매주 수요일 6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국환 기자 gotra1004@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