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맹학교 졸업식, 막막했던 현실 속 ‘희망’을 봤습니다

2018-02-12 00:00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초·중·고 등 총 40명 졸업
장애 딛고 창업·대학 진학
“험난한 세상 …사는법 배워”

▲ 지난 9일 오전 10시반에 열린 대전맹학교 졸업식에서는 학생, 졸업생, 학부모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다른 빛나는 졸업식이 열렸다. 사진=이심건 기자
누군가에겐 인생 다음 단계로 향하는 것이 졸업식이지만, 또 다른 누구는 세상의 빛과 같은 성스러운 시간으로 승화된다.

지난 9일 오전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에선 세상의 빛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모였다.

졸업식은 학생을 비롯해 졸업생과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별한 이들의 졸업식인지 이미 이곳을 거쳐 간 선배들이 졸업생보다 더 많았다. 이날 빛나는 졸업장을 손에 든 사람은 모두 40명이다. 일반 학교보다 졸업생이 다소 적지만 이들에겐 이날 받은 졸업장이 인생의 훈장과도 같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은 유치원 수료(2명), 유치원 졸업(1명), 초등학교(3명), 중학교(3명), 고등학교(16명), 이료재활전공과과정(11명), 이료전문전공과과정(6명) 등이다.

보통 다른 학교 졸업식에는 사실 미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전맹학교 졸업식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장애의 역경을 극복하고 대학에 진학해 기뻐했고, 중도 실명한 중·장년들은 새로 배운 안마기술로 취업과 창업이라는 목표를 성취해 졸업장을 받는다고 뿌듯해 했다.

중도 실명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제2의 인생 막을 올린 이동수(63) 씨도 뿌듯한 졸업장을 손에 들었다. 반평생 일반인으로 살아온 이 씨에게 갑자기 찾아온 실명은 그의 모든 것을 잃게 했다. 이후 맹학교에서 배운 안마기술은 그가 '안마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한 희망과도 같다.

이 씨는 “10년 전 눈이 안 좋아 졌을 때 슬픔을 넘어 절망을 느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모든 것이 망가진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한결같이 이 씨 옆을 지켜준 가족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고, 맹학교를 찾았던 것도 그때쯤이다. 이후 그는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고 맹학교는 그런 그를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준 부모나 다름 없다.

이 씨는 “내게 대전맹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시켜준 곳”이라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이 씨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김도완(37) 씨도 최근 이 씨와 안마원을 창업했다. 김 씨는 “이제 제 2의 인생을 살려고 한다. 학교에 입학 후 새롭게 태어나 1~2살 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졸업생 중 전남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한 구예은(19·여) 양은 선천적 장애를 극복하고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구 양은 "유치원때부터 대전맹학교에 다녔다"며 "오랫동안 다닌 학교를 떠나게 돼 아쉽지만 대학 입학을 앞두고 새로움 설렘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을 졸업한 후 장애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힘이 될 수 있는 교사로 근무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