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마애삼존불 바위에 아로새긴 ‘백제의 미소’

최종태 교수의 백제의 미를 찾아서

2018-04-03 00:00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최종태 교수의 백제의 미를 찾아서] 1 서산 마애삼존불
충남 서산 용현리… 국보 84호 부처님 얼굴에 오묘한 웃음이 백제 미술 곳곳… 마애불 미소

최근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논산관촉사 관음상이 문화재청에 의해서 국보로 승격 되었다.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충청지역 백제의 역사를 더듬어 서산마애삼존불 정림사지탑 백제 금동향로 등 절절히 아름다운 한국미의 흔적을 찾아 10여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울대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회원인 조각가 최종태 교수의 손을 빌려서 오늘에 되살리는 것이다.

▲ 서산 마애삼존불은 세계 불교미술사상 특기할만한 조각예술이다. 서산시청 제공

충남 서산 용현리에 있고 관음보살. 석가여래. 미륵보살의 삼존상이다. 7세기 전반, 본존상 높이는 280㎝이고 양쪽에 새겨진 관음과 반가상은 170㎝가량 된다. 국보 84호. ‘백제의 미소’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은 이 조각은 우리나라에 불교신앙이 전래되고서 돌로 불상을 새긴 최초의 작품이다. 노천에 절로생긴 바위에다 형상을 깍아 낸 최초의 마애불이며 부처님 얼굴에 독특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세계 불교미술사상에서도 특기할만한 조각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 분의 부처님얼굴에 다 같이 미소가 있는 것도 특이한 예이며 그 중에서도 오른쪽에 새겨진 관음보살의 얼굴에서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웃음을 보았다. 다 이겼노라하는 미소인지 다 사랑 하겠노라는 미소인지 기쁨의 미소인지, 영원을 살고 있는 미소인지…. 얼굴 뒤에 있는 연꽃모양의 광배까지도 덩달아 웃고 있다. 내가 조각가로서 인류가 만든 수 많은 조각과 그림을 보았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만면(滿面)에 웃음을 머금은 얼굴을 본적이 없었다. 수 천 년 전에 만든 저 이집트의 조상(彫像)들이나 그리스 로마의 형상들 속에서나 아시아의 위대한 그림들 속에서도 서산의 관음이 갖고 있는 저런 크나큰 웃음을 본적이 없었다.

4세기 초, 불교라는 진리를 받아들이고서 200여 년 만에 백제의 예술가가 저 경이로운 웃음을 만들었다. 그 미소의 뜻은 무엇인가. 구석구석 온몸 전체가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뒤로 역사는 아무도 저런 웃음을 만든 사람이 없었다. 백제미술의 근저에는 서산 마애불의 미소가 곳곳에 스며있다. 기왓장에도 돌탑 안에도 금동불상 안에도 저 알 수 없는 기묘한 미소가 담겨있다. 그것은 백제의 상징이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일은 완전히 한국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