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옻칠을 하고 숯을 삼키다>
[박일규 서예이야기]

춘추 말기(春秋末期) 진(晉)의 왕실은 왕년의 패자 면목을 잃고 나라의 실권은 지백(智伯)·조(趙)·한(韓)·위(魏)등의 공경(公卿)에게로 옮아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은 지백씨(智伯氏)로, 한·위 양가와 손을 잡고 조가(趙家)를 멸망시키고자 전쟁을 일으켰다. 그 때 조가의 주인이었던 양자(襄子)는 진양(晉陽)에 웅거해 항복하지 않았다. 마침내 지백(智伯)은 진양성을 수공(水攻)으로 괴롭혔으나, 함락 직전에 한·위 양군이 반기를 들어 오히려 주멸(誅滅)되고 말았다. 이때의 싸움은 수많은 춘추시대에서도 이상한 것으로서 유명하다.

그런데 지백의 신하로 예양(豫讓)이란 자가 있어 주가멸망후(主家滅亡後) 원수를 갚으려고 조양자(趙襄子)의 목숨을 노렸다. 처음 예양은 죄수로 몸을 떨어뜨려 궁전의 미장이로 섞여 들어갔으며 양자가 변소로 들어갔을 때 찌르려고 하다가 잡히고 말았다. 예양(豫讓)은 상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옻칠을 해 나병환자가 되고, 숯을 삼켜 언어장애자가 되었는데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상대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다리 밑에 엎드려 그곳을 지나게 될 양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양자가 다리에 이르자, 타고 있던 말이 걸음을 멈추고 가지 않았다. 발견된 예양은 자결했다. 부정보다는 긍정으로 항시 모든 일을 대하며 삶의 중요성을 잊지 말자.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박일규(010-545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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