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상관이 없다>
[박일규 서예이야기]

주혜왕(周惠王) 21년, 제(齊)는 채토벌(蔡討伐)의 군사를 일으켜, 채는 손 쓸 사이도 없이 패퇴해 버렸다. 제환공은 패자로서 제후의 군을 이끌고 있었으므로, 다시 전진해 초(楚)를 정벌키로 했다. 혹은 이것이 진정한 목표이고, 채토벌은 위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초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내어 그 토벌의 원인은 물었다.

“군은 북해에 계시고, 과인은 남해(南海)에 있습니다.”

그리해 제나라 군대는 다시 진격해 경에 진지를 쳤다. 그해 여름 초의 대부 굴완(屈完)은 제나라 진영으로 와 화평의 예비교섭을 했다. 제군은 일단 소능(召陵)까지 후퇴했다. 거기서 환공은 제후의 군사를 점령시키고 굴완과 함께 수레를 타고서 열병했다. 그리고 말했다.

“제후의 군사가 이렇게 조나라를 공격해 온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군(先君)때의 우호를 계속해 가고 싶어서야. 어떤가, 초(楚)도 우리들과 우호를 맺으면?” 군완으로서는 원했던 일이었다.

“우리 초군(楚軍)을 받아들여 주신다면 그 보다 더 기쁜 일은 없습니다. 군(君)의 은덕에는 좇겠으나. 무력에 대해서는 초에도 요해 견고한 자연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 굴완은 제후와 맹약하는데 성공했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의 희공(僖公) 4년에 멀리 있으면 별수 없이 풍마우(風馬牛:아무 상관이 없다)된다 했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박일규(010-545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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