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반표준본부장
[투데이포럼]

미국의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기사로 외신면은 뜨겁다.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코비청문회가 국내외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건은 지난 6월 초에 공식 선언한 파리기후협정 탈퇴이다. 이 협정은 2015년 12월 195개국이 참여하여 체결한 신기후체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의 상승폭을 섭씨 2도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목표다. 미국의 협정 탈퇴로 인해 파리협정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불투명하지만,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기후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하기 위해 측정표준 국제기구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측정분야 세계 최고 의결기구인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는 2011년 24차 총회에서 기상측정인자의 기본단위계(SI) 소급성(traceability) 확보에 대한 결의를 하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측정기구(APMP)에서는 새로운 측정표준의 첫 번째 이슈로 기후변화 대응을 선정하고 이를 위한 특별 그룹을 발족했다. 세계기상기구(WMO)로부터 기상측정 소급성 확보를 위한 협력을 요청받는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측정표준의 필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도 다양한 형태의 기후 관측이 행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의 기온과 습도를 알고 기상 예측을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 관련한 측정표준의 중요성이 이제야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가? 왜 국제적인 측정표준과 기상기구들이 기상측정의 소급성을 주장할까? 표준은 측정의 기준이며, 소급성은 표준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표준과 연결된, 즉 소급성이 확보된 측정이어야 언제 어디서도 통용될 수 있는 신뢰성을 가진다. 표준 소급성이 확보되지 않은 측정 결과는 단순한 수치로 나타나는 값일 뿐, 그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전 세계가 기후를 측정하는 같은 기준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기후 관측을 고도화하기 위하여 기존에는 불가능 했던 새로운 측정기술 역시 필요하게 되었다. 온실효과 분석을 위해 성층권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온습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심해라는 극한 환경에서 이산화탄소 용해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동반되는 미세먼지도 국가적 이슈인데, 이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술의 개발 역시 새롭게 필요한 도적적인 과제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측정표준 기술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측정기술 및 측정의 기준을 제공하는 새로운 표준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도 국제적 측정 이슈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측정표준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기관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 국가인프라 측정기술 개발’을 선정해 기관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것이 국가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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