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서예이야기]
<입엔 꿀을 담고 뱃속엔 칼을 지녔다>

당(唐)나라 현종(玄宗)후기에 이림보(李林甫)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무조건 아첨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그는 태자 이하 그 유명한 무장(武將) 안록산(安祿山)까지 두려워 할 만큼 전형적인 간신으로 불리는 궁중 정치가(宮中政治家)였다.

뇌물로 환곡과 후궁들의 환심을 사는 한편 현종에게 아첨하여 마침내 재상이 된 그는, 당시 양귀비(楊貴妃)에게 빠져 정사(政事)를 멀리하는 현종의 유흥을 부추기며 조정을 좌우했다. 황제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에게는 자신을 최고로 칭찬하도록 하고 현종에게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도록 언로를 특히 차단하였다.

어느 때인가 신하들의 비리 사실을 탄핵하려는 어사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어 말을 못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황제께서는 천하에 둘도 없는 명군이요. 그러나 신하된 자로서 이러쿵저러궁 번거로운 말을 아뢰는 불경죄에 해당되는 것이오. 어느 누구도 쓸데없이 지껄인다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오." 이렇듯 이림보는 현종에게 가까이 가는 신하의 걸음까지도 차단시키고 말았다. 만약 바른 말을 하는 충신이나 자신의 권유에 위협적인 신하가 나타나면 가차 없이 제거해 버렸다. 그런데 그가 정적을 제거할 때에는 먼저 상대방을 한껏 추켜 올린 다음 뒤통수를 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수법을 썼기 때문에 벼슬아치들은 모두 이림보를 두려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림보는 입으로 꿀 같은 말을 하지만 뱃속에는 무서운 칼이 들어 있다.”

그가 한밤중에 언월당에 들어 앉아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면 다음날은 누군가 생명이 끊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권세를 휘돌렸기에 심지어는 황태자까지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우리 주위는 구밀복검(口蜜腹劍)한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자.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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