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북부권 교통허브 역할을 하게 될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이 끝내 무산됐다. 대전도시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인 롯데컨소시엄(롯데건설·계룡건설·KB투자증권) 측의 귀책사유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돼 협약을 해지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법정공방으로 3년 이상 허송세월하더니 또 다시 사업이 표류하게 돼 유감스럽다.

롯데컨소시엄은 2014년 1월 6일 협약을 체결한 뒤 환승체계 관련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컨소시엄에서 KB증권(옛 현대증권)이 탈퇴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구성원 변경은 사업협약서 및 공모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자금조달의 차질을 암시한다. 그간 도시공사 측의 10여 차례 통보와 협의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업추진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석연찮은 특혜 시비 등을 불러일으키더니 결국 사업 자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유성구 구암동 10만 2080㎡ 부지에 총 3700억원을 투입,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을 비롯해 주택, 복합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향후 유성-세종 BRT 연결도로 복합환승센터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업이 정상 추진되는 것으로 둘러댔다. 개발계획(환승센터 및 시행자 지정) 승인, 보상계획 공람·공고 교통영향평가 심의까지 마치고 올 하반기 착공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2019년 완공목표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시민을 볼모로 잡고 우롱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을 기만한 도시공사, 안이하게 대처했던 대전시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작지 않다. 사업추진에 소극적인 롯데 측의 자세에도 불구하고 공사 측이 끌려 다니다가 오늘의 사태를 맞은 게 아닌가. 법정공방이 벌어지면서 사업예정지 땅값이 폭등하면서 보상비가 200여억원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자 측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유성구민의 상실감이 가장 크다. 학하, 노은, 봉명·장대지구 등 유성 일대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공사는 재공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사업자 측의 직무유기에 대한 사과 또한 필수적이다. 그리고 책임의식도 수반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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