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490명 모집에 1만명 몰려
그야말로 ‘바늘 구멍’ 통과해야
이번주 지역제한없는 서울시험
“미리 올라가 공부장소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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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아니라 대입을 앞둔 수험생이 된 기분입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사는 윤모(28) 씨는 대학교 졸업 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부모님의 권유에 이끌려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된 지 햇수로 3년 째를 맞는다. 그는 “최근 치른 충북지방공무원시험은 가채점 결과 힘들 것 같아, 곧 있을 서울시지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리 올라가 조금이라도 더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7년 지방공무원 9급 경쟁채용률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1만 315명 모집에 22만 501명이 지원해 지난해 18.8대 1보다 높은 21.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17일 치러진 충북 도내 시·군 8·9급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490명 모집에 9091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18.5대 1에 달하는 등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직렬로 보면 도내 일반행정 9급직은 286명 선발에 5900여 명이 접수해, 응시자 21명 당 1명만이 9급 공무원 자격이 주어진다.

지방직 공무원시험은 응시할 지역에서 3년 이상 거주 이력을 갖고 있거나, 주민등록 주소지와 동일한 지역만 응시가 가능하다.

이와 달리 서울시 지방공무원시험은 거주지 제한을 두지 않아 지역의 지방공무원과 중복응시가 가능하다.

지방공무원시험을 치른 일부 공시생들은 숨 고를 틈 없이 곧바로 이어질 서울시 공무원시험을 위해 또 다시 학원과 독서실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지방공무원 시험이 끝난 직후지만 인터넷 등에서는 ‘공시생’들의 깊은 애환을 체감할 수 있다.

‘공시생’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더 해봤자 가능성도 안보이고 힘들어서 그만두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 몇몇 ‘공시생’들은 “갈 데가 없네요”, “그만하고 싶어도 다른 길이 보이지 않네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다른 것을 찾기 너무 늦은 거 같아요”라는 공감과 함께 비탄의 감정을 피력했다.

‘공시생’ 딸을 두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제 딸을 비롯해 시험 못 보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공무원에 임용되시면 최소 30년은 하게 되는데 그 시험 준비 기간이 1년 늘어나는 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다들 포기하시지 말고 힘내서 다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는 격려의 글을 올려 공시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충북의 경우 8·9급 지방공무원 필기시험 통과자는 오는 8월 16∼29일 면접 과정을 거친 뒤, 9월 29일 최종 합격 여부가 발표된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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