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150㎞ 던지는 마무리 투수로…지도자 준비"

▲ 은퇴를 선언한 송신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은퇴를 선언한 송신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대 유니콘스 시절 송신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709차례나 마운드에 오른 베테랑 우완 송신영(40)이 은퇴를 선언했다.

송신영은 25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혹시 다른 구단에서 선수 계약 양도를 신청해도 선수로 뛰지 않을 생각이다. 내 현역 생활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지도자를 만났고, 멋진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야구 선수 송신영의 인생은 정말 행복했다"고 19년의 현역 생활을 돌아봤다.

한화는 지난 23일 KBO에 송신영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방출 수순이다. 다른 구단은 29일 자정까지 계약 양도 신청을 해 송신영을 영입할 수 있다.

그러나 송신영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김성근 전 감독님과 박종훈 단장님께 '올해까지만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고 은퇴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내가 먼저 은퇴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선수 생활에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송신영은 자신을 "조용하게 현역 생활을 한 투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KBO리그 역대 7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섰고, 선발·중간·마무리를 모두 경험하며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송신영의 개인 통산 성적은 709경기 60승 51패 47세이브 77홀드 평균자책점 4.25다.

그를 원한 팀도 많았다. 1999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송신영은 히어로즈가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한 뒤에도 팀의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2010년에는 LG 트윈스가 주도한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2012년에는 한화와 FA 계약을 했다.

2013년 NC 다이노스의 신생팀 특별지명을 받았고, 2014년 트레이드로 넥센으로 돌아왔으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6년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송신영을 원한 팀은 FA 계약, 트레이드, 특별지명, 2차 드래프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영입했다.

송신영은 "많은 팀에서 훈련하고 경기했다. 현대, 넥센에서만 뛰었다면 시야가 좁아졌을 수도 있다. 많은 팀을 경험하며 더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은퇴'를 선언하는 날, 고마운 마음을 전할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선수였다. 현대에서 기회를 주신 김재박 감독님, 현대·넥센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신 김시진 감독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NC에 머무를 때 화두를 던져주신 김경문 감독님, 내 현역 생활 마지막을 함께 한 김성근 감독님 등 한국 야구에 획을 그은 지도자 밑에서 생활했다"며 "그분들 덕에 709경기에 등판했다. 어떤 말로도 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팬들에게도 진심이 담긴 인사를 했다. 송신영은 "팬들께 나는 '여러 투수 중 하나'였겠지만, 내게 팬들은 야구 인생의 처음과 끝을 만들어주신 선발투수이자 구원투수셨다. 팬들 덕에 행복했다"며 "특히 한화 팬들께는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여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송신영의 다음 목표는 '훌륭한 지도자'다. 그는 "올해까지는 중, 고, 대학을 돌며 아마추어 선수를 가르칠 생각이다. 호서대 야구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학업도 잘 마칠 생각"이라며 "내년부터는 좋은 지도자로 새 출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그리던 송신영이 '다음 생'까지 이야기했다.

"다시 태어나면 시속 150㎞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였으면 좋겠어요."

후회는 아니다. 송신영은 "느린 공으로 이만큼 버틴 것도 내겐 축복이었다"며 "유니폼을 벗을 때가 되니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에 미련이 생기더라"고 웃었다.

이렇게 송신영은 '야구 선수 송신영'과 작별했다. 그리고 새로운 문을 열 준비를 했다. 새로운 무대도 '야구장'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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