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규제 완화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발단은 새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며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비수도권 자치단체들로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 이야기만 나오면 심기가 불편한 게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첨단산업 같은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급 엔지니어를 고용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지방으로 안 오려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중국 상하이로 간다"며 "첨단산업이 외국으로 가게 내버려둘 순 없지 않느냐"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게 해줘야 된다"고 수도권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첨단산업의 해외유출을 막으려면 수도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역대정부들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다 지방의 큰 반발을 일으켰었다.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증설을 완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등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지향해 왔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비수도권의 성장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다. 수도권 규제를 완전히 풀 경우 지방경제는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시행 첫해인 지난 2010년도에 200개 기업이 충남으로 이전했지만 이후 이전 기업은 급감했다. 지난해 충남으로 이전한 기업은 24개에 그쳤다. 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수도권으로 유턴한 충청권 기업은 무려 1787개나 된다. 지역에 있는 기업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조성해 놓은 산업단지는 주인을 찾지 못해 공터로 남아있다. 예컨대 내포첨단산업단지는 조성원가(㎡당 40만원)의 절반인 20만원 대로 분양하고 있지만 분양실적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새정부는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경제를 옥죄는 수도권 규제완화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지금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운운할 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지역경제를 어떻게 부양할 것인지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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