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은행 사용률 전무… 인사상 불이익 등 문제로 꺼려

#1. 둘째 출산으로 하루 하루가 행복한 은행원 김 모(36·대전 대덕구)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아내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을 알아보던 가운데 지점 분위기상 사용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는 “근무하고 있는 지점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한 전례가 없어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2. 늦둥이(둘째)를 본 시중은행 이 모(46·대전 유성구) 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른바 육아전투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남성 육아휴직을 알아봤지만 복직 후 불이익이 우려돼 고심이 깊다. 그는 "육아 지출비용도 만만찮은데 임금도 줄고 나중에 지점장 승진 난관에 봉착할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소재 시중은행 남성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상 불이익 받을 수 있을수 있다는 불안감과 높은 업무강도에 따른 동료에게 부담주기 싫다는 등의 이유로 남자직원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5일 본보가 국내 시중은행 충청권(대전·세종·충남) 영업그룹(본부)의 2년간 남성직원 육아휴직 사용건수를 분석한 결과 단 한 건도 없었다. 정부는 남자 육아휴직 촉진을 위해 2014년 10월부터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같은 자녀에 대해 아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다가 남편이 이어받아서 사용할 경우 남편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 임금의 100%까지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오는 7월부터는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에 돌입하는 남직원에게 3개월동안 최대 200만원까지 휴직급여가 지원될 예정이지만 타 업계 대비 다소 보수적인 금융계의 특성성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한계가 따르는 분위기다.

실제 신한은행 대전충남본부, KEB하나은행충청영업그룹, KB국민은행 대전충남지역영업그룹, IBK기업은행 충청지역본부 등 국내 시중은행들의 남성직원 육아복지는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국 2000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A시중은행의 경우 최근 2년간 남직원 육아휴직 신청 건수는 10건 미만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행복한 가정’를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지침이 빚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육아휴직 복직 후 승진 제한 우려 등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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