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지구대 파출소에서 순찰을 돌다보면 종종 시골 할머니들이 순찰차를 보고는 다급히 손을 흔드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이전에도 만나 뵌 적이 있는 한 할머님이 순찰차를 세우곤 겸연쩍어하시면서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가끔씩 떠오른다.

"또 만나서 미안해요 병원에 약 타러 가야하는데 노인네가 주책이라 염치없지요? 젊어서는 안 그랬는데 늙고 병드니까 창피한 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차를 마구 세우게 되네요…."

"어디가 편찮으신데요?" "무릎이 너무 아파서 바로 걸을 수도, 오래 걸을 수도 없네요. 이만큼 살면 죽어야 하는데 아직도 몸이 욕심을 내요" 가녀린 손과 늘어진 어깨가 한여름 호박잎처럼 처져 보이는 할머님의 말씀이 그날따라 유달리 친 할머님의 말씀처럼 찡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요즘 청양경찰서 지구대 파출소가 더욱 바빠졌다.

더러는 "경찰관이 도둑놈만 잘 잡으면 되지, 무슨 미소드림 돌봄 서비스야?"라고 하면서 볼멘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과 몸이 불편한 분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처럼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이들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 경찰관의 당연한 임무처럼 자리매김해온 지도 이미 오래다. 그래서인지 청양경찰서에서는 지나치리만큼 어르신들을 향한 애정과 열정이 유별나리만큼 각별해 도내 체감만족도 1위의 영예까지 안았다.

바쁜 경찰관의 일상을 고려한다면 어르신과 약자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쉽진 않지만 65세 이상 어르신의 인구가 31.4%로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넘어선지 오래인 청양의 경우 민생치안 차원에서도 이 같은 배려는 당연하고도 중요하다고 본다. 어둠속에서 빛이 더 밝듯, 조금은 귀찮아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경찰이 살짝만 관심을 가지면 보람이 넘치고 살맛난 사회가 될 것 같다.

양종문<청양경찰서 정보경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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