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어린이재단 초록우산 공동캠페인 '러브투게더']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8〉② 엄마의 그늘

▲ 아버지 성문 씨가 식탁에서 아이들 밥을 먹이고 있다. 이 식탁은 밥을 먹으면 아이들 공부하는 책상이 된다. 사진=홍서윤 기자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창피함을 제일 먼저 배울까봐 아버지는 그게 가장 두렵다. 성문 씨의 아들 준성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준성이의 성장을 보며 때로는 뿌듯함도 느끼는 그이지만 요새는 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어울릴 아이 모습을 그려보니 불안함도 적지 않다. 때로는 친해진 친구들과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놀러올 때도 있을텐데 그때 혹시라도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해서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성문 씨와 준성이, 준희 세 식구의 집은 다른 아이들에게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구 집에 놀러갔다온 준성이는 자기 방을 가진 친구 집을 보면서 부러웠다는 말을 아버지 성문 씨에게 전하기도 했다.

준성이는 방 한칸 짜리 집에서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가뜩이나 엄마의 빈 자리로 위축된 상황에서 아이가 열악한 집 환경으로 또 다시 상처를 안게 되지 않을까 아버지는 두려우면서 걱정이다.

아버지 성문 씨는 “준성이가 친구들 집에 놀러가면 친구 엄마가 직접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챙겨줘 좋았다는 얘기를 가끔 한다”며 “언젠가는 준성이도 친구를 집에 데려올텐데 엄마도 없고 집도 이래서 위축될까봐 걱정이다. 아무리 어리더라도 친구들에게 부끄러운 것은 없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가난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교육뿐이라고 느끼는 아버지 성문 씨. 그러나 이 보금자리 안에서 아이들에 공부하고 꿈을 펼치라 말하는 것은 그에게 어렵기만 하다. 집에는 마땅한 책상도 책장도 없다. 아이들에게 식탁은 밥을 먹는 곳이면서도 책을 보는 책상이기도 하다.

식탁이 어지러져있으면 방 바닥에 누워서 할 때도 많다. 아버지 성문 씨가 어디서 얻어오거나 중고서점에서 사온 책들도 오갈 데 없이 방 바닥에 수북이 쌓여있다. 정리돼있지 않은 책들 사이로 아이들은 매일 맨 위에 있는 책만 읽고 또 읽고 있다.

성문 씨는 “우리 아기들 인생이 담긴 하얀 스케치북에 내가 검은색으로 온통 낙서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며 “다른 것은 안되더라도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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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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