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며 "독립유공자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어제 청와대로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 이어 애국과 보훈을 주제로 재확인한 것은 국민화해의 구체적인 선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은 이미 정설로 굳혀져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전하는 반면 친일 후손들은 대를 이어 우리 사회의 주류로 살아가고 있다. 애국, 정의 및 친일 청산과 관련된 해묵은 주제다. 문 대통령은 '친일 청산'이라는 말을 직접 꺼내지는 않았지만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고통 받는 현실에 대한 지원책에 상당 부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 보상금이 선순위자 1인에게만 지급돼 다른 자녀, 손자녀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앞으로 보상금은 현재대로 지급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모든 자녀, 손자녀를 위해 생활지원금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500여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독립유공자 1만 5000여명 가운데 생존자가 58명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가 헌신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명예 회복에 방점이 찍힌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주목할 것은 문 대통령이 “2019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48년으로 보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의 시각과는 다르다. 진보진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 훼손, 항일운동의 성과 축소, 일본의 식민지배 정당화, 친일세력의 과거 행적 지우기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가 폐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고 보훈문화 확산 정책에 적극 나선 것은 여러모로 환영할만하다.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에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유무형의 편리한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 우리의 독립운동사 마저 편협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그간 독립유공자에 대한 국가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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