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흔히들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하면 당연히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일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남성도 얼마든지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각종 지원을 하는 여성가족부 해바라기센터에서 2015년 지원 실적을 분석한 결과, 도움을 요청한 19세 이상 성폭력 피해 남성은 120명으로, 전년 대비 66.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남성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개정되면서부터인데, 실제로 대학교에서 여교수가 남성 제자에게, 직장에서 여상사가 남성 직원에게 강제추행을 해 논란이 되는 사례가 이따금씩 보도되면서 성폭력 피해 남성의 사례가 결코 사소하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2014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까지 전체 성범죄자의 1% 미만이던 여성 성범죄자의 비율이 2013년 2.5%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 것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남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아쉬울 따름이다. 심각한 인권침해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 남성에게 "부럽다"거나 "좋겠네"등의 농담을 건네며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 남성들은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밝히는 데 소극적이게 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남성도 얼마든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피해 남성이 겪는 고통은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못지않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 남성을 외면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 만약 주변에 성폭력 피해 남성이 있다면 그들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전국 36개의 해바라기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임덕세<대전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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