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10권 출간…"숭례문 화재는 억울해"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명지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 자신의 메모가 적힌 부채를 들고 있다. 201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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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명지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 자신의 메모가 적힌 부채를 들고 있다. 2017.8.16 scape@yna.co.kr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명지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명지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 답사기 낸 유홍준 "궁궐 5개 있는 도시는 세계에 서울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10권 출간…"숭례문 화재는 억울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흔히 일본 교토는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라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서울은 궁궐의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세계 어느 왕도에 가도 궁궐 5개 있는 곳이 없어요."

국내에 문화재 답사 붐을 일으킨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자신의 고향인 서울 이야기를 담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10'(창비 펴냄)으로 돌아왔다. 일본편 4권을 합치면 13∼14번째 책이다.

유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서울편은 모두 4권으로 구상했는데, 그중 두 권을 먼저 냈다"며 "서울편 1권인 9권에서는 500년 조선 역사가 펼쳐진 역사적 현장이자 다른 나라의 궁과 구별되는 속성을 가진 서울의 궁궐을 소개했고, 10권은 한양도성과 그 주변에 관해 썼다"고 말했다.

사명감으로 집필에 임했다는 그는 9권에서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답사했다. 앞서 답사기 6권에서 경복궁을 다룬 적이 있지만, 이는 본격적인 서울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유 교수는 기존에 나온 궁궐 책과 차별화하기 위해 전각이 아니라 전각 안에서 이뤄졌던 일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궐 책을 보면 팔작지붕에 정면·측면 몇 칸 규모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정작 궁금해하는 것은 건물 구조가 아니라 그곳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았느냐"라며 "기왕 쓰는 답사기인데, 자세하고 친절하게 쓰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문화재청장을 3년 6개월간 하면서 미세하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이 많다"며 "지식 공유 차원에서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쓰다 보니 뜻밖에 두껍고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유 교수는 10권의 첫머리를 장식한 한양도성은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대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도성은 사전 심사에서 '등재 불가' 판정을 받아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한양도성은 전쟁을 대비한 성곽이 아니라 도시의 울타리인데, 방어 목적의 성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을 수비하려고 쌓은 성은 남한산성과 북한산성"이라고 주장했다.

"한양도성 바깥의 세검정은 조선시대 군사지역이었지만 흥선대원군의 별서인 석파정, 안평대군이 세운 정자인 무계정사 등이 있어요. 조선시대 사람들의 가옥과 정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이런 유산을 포함한 한양도성의 가치를 올바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 교수는 10권에서 한양도성과 함께 소개한 성균관에 대해서는 "조선시대 지성의 상징인데 너무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성균관 안에 있는 문묘는 유교 이데올로기의 상징적 장소로, 문묘에서 지내던 문묘제례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에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묘(文廟)와 대비되는 무묘(武廟)라고 할 수 있는 동관왕묘는 한국과 중국의 친근감을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관왕묘의 관우 조각상만큼 멋진 작품은 중국에도 없다"며 "명나라의 도움을 얻어 설립한 동관왕묘를 잘 정비하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답사기 서울편 두 권을 탈고한 그는 표암 강세황, 혜원 신윤복 등 조선 후기 화가의 삶을 다룬 '화인열전'과 10년 전쯤 절판된 추사 김정희의 전기 '완당평전' 개정판을 쓴 뒤 답사기 집필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서울편 세 번째 책은 숭례문을 비롯해 낙산, 인왕산, 북촌에 대해 쓸 계획이고, 네 번째 책은 북한산과 한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청장 재직 당시인 2008년 2월 겪었던 숭례문 화재에 대해 "실화가 아닌 방화이고, 문화재 관리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억울했다"고 토로하고 "숭례문은 2층만 불에 탔는데 소실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햇수로 25년을 맞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380만 명의 독자가 선택한 인문 분야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답사기 9∼10권도 예약 판매로만 약 8천 권이 팔렸다.

유 교수는 "이제 국토의 절반 정도는 쓴 것 같다"며 "답사기를 20권쯤은 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화유산의 가치와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책을 누군가가 써주길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한국인의 혼을 갖고 자랑과 사랑으로 쓴 책입니다. 답사기로서는 (새로운 소재를) 빼 먹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이 저를 밟고 넘어서서 더 좋은 책을 쓰면 좋겠습니다."

한편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청와대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에 대해 아직은 백지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를 옮기려면 최소 6개 부처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다음 주쯤 일의 규모와 사업 방향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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