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이어 달걀도 공포
대전서도 살충제 달걀 나와, 일부선 “위험률 낮은데 과민”

“집에서 산란계(産卵鷄)라도 키워야 할까봐요. 아이에게 믿고 먹일 먹거리가 없네요.”

3세 여아를 자녀로 둔 직장인 김현주 씨는 ‘살충제 달걀 파동’을 겪는 엄마의 마음을 전했다. 김 씨는 “정부에선 한 번에 수만개를 먹어야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상황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며 “먹거리에 살충제를 뿌려 시중에 유통한 업자들을 가만히 둬선 안된다”고 말했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되면서 학부모들이 ‘푸드 포비아(food phobia·음식 공포증)’에 갇혔다. 최근엔 덜 익힌 햄버거 패티를 먹은 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하는 이른바 ‘햄버거병’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햄버거를 먹은 4세 여아가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는 보도를 본 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증폭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친환경 인증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믿을 곳이 없다고 전한다.

대전에서 4세 남아와 1세 여아를 키우는 30대 직장여성은 “불안해서 아이들에게 달걀은 물론 패스트 푸드 일체를 먹이지 않고 있다”며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작은 일이라도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지 걱정부터 하게 되기 때문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여성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달걀 30개를 샀는데 생산농장 표기에 ‘08’이 적혀 모두 버렸다고 전했다. ‘08’은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농장의 표기다. 뒤에 농장명이 쓰여있지만 이와 관계 없이 모두 폐기해버렸다. 만 2세 남아를 키우는 30대 부부도 이같은 일을 겪은 후 정부 인증을 받은 ‘안심 달걀’만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17일 오후 살충제 달걀이 대전에서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터라 불안해 하고 있다. 이들은 “에톡사졸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성분이 달걀에서 검출됐다는데 안심할 수 있겠나”라며 “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나 지인을 통한 구입말고 답이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와 반대되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예전부터 이를 모르고 섭취해왔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론이 한쪽으로만 쏠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40대 학부모는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살충제 달걀을 수백, 수만개 섭취했을 때 신체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며 “예전부터 먹어오다가 이제 발견한 것이어서 위험이 적을 수 있는데 여론이 호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살충제 검출 전국 양계농가는 대전 1곳, 충남 천안 1곳을 비롯해 31곳으로 집계됐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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