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충제 달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살충제를 남용한 산란계 농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조사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개 농가에 대한 검사를 마친 결과 29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어제 밝혔다. 살충제 달걀 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전수조사 결과를 오늘 발표할 예정이어서 어떤 내용이 추가로 나올지 주목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29개 농가 중 7개 농가가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피프로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펜트린처럼 사용은 허용됐으나 기준치를 초과해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는 22군데다. 무엇보다 60군데나 되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농가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건 충격적이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면 어떤 농약도 검출돼선 안 된다.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친환경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대전의 산란계 농장에서 피프로닐이나 비펜트린이 아닌 에톡사졸을 사용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농약성분이 검출되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농약이 사용됐는지 혼란스런 지경이다. 살충제인 에톡사졸 성분은 달걀에서 미량이라도 나오면 안 된다. 대전시는 출하중단과 함께 집하장에 보관 중인 1만3000여개의 계란을 전량 폐기했지만 이미 소비된 달걀은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부실검사 논란은 또 다른 불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살충제 달걀 파동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샘플을 채취해야 하나 일부 농가에서는 농장주가 전달해준 달걀을 가져와 검사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샘플 채취의 적정성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단기간에 수많은 농가를 조사해야하는데 따른 무리수가 아닌지 모르겠다.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들이 믿지 않으면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조사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소상히 밝히고 재조사해야 한다.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신뢰 회복이다. 살충제 달걀이 전국 곳곳에서 무더기로 검출돼 소비자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수습을 말끔히 해야 그나마 화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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