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지용
바캉스 시즌이 되면 개들의 천국인 프랑스의 유기견 문제가 해마다 불거진다.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약 1000마리 개가 버려진다고 한다. 한해 6만 마리 유기견이 발생하니 프랑스 전체 760만 마리 개를 감안한다면 만만치 않은 비율이다. 한 켠에서는 개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사회성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된다지만 4가구 중 1가구가 개를 키우고 연간 5조 7620억의 관련 산업 시장이 형성되는 애완견 종주국, 우리나라 개고기 문화를 그토록 집요하게 비난해오는 나라의 이면을 보는 듯하다.

그래도 스위스와 함께 가보고 싶은 나라 최상위권에 속하는 프랑스는 근래 잇따르는 테러에도 불구하고 2016년 8260만명 관광객으로 세계 최대 관광국 자리를 지켰다. 미국 7561만명, 스페인이 이보다 5만명 적은 7556만명으로 3위에 올랐다. 예술과 문화, 낭만과 사랑의 도시라는 수사학적인 오랜 이미지가 여전히 유효하다지만 최근 파리는 유기견 문제와 함께 도시 청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기대를 품고 파리에 도착한 많은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널브러진 담배꽁초를 포함한 쓰레기<사진>, 애완견 배설물, 노상 방뇨 악취 등으로 큰 실망을 느끼곤 한다. 대도시 어디엔들 이런저런 청결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파리의 경우 도시 이미지를 저해하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도시 미화 인력 대폭 확충, 쓰레기통 보수, 도시 청소 차량 대량 도입, 신형 쥐덫 설치, 도시 경범죄 단속요원 증원 같은 여러 시책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다.

휴가 가면서 개를 버리고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투기하고 노상방뇨가 자행되는 파리시가 안고 있는 고민은 바로 지금 우리가, 머지않아 우리가 당면할 도시 현안이 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질만하다. 2015년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계속 발령되고 있는 가운데 8260만명을 모아 들이는 저력은 특히 곰곰이 분석해볼만 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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