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봉사활동이 뭔지, 봉사를 왜 해야하는지 알지 못한채 엄마의 권유로 대전봉사체험교실에 가입한 게 3학년때였습니다. 일요일 새벽마다 우리집은 전쟁이었습니다. 더 자려고 하는 저와 오빠와, 꼭 연탄봉사에 데려가려는 엄마와의 끝없는 전쟁. 그렇게 얼마간은 아빠 엄마의 손에 이끌려 추운 겨울 새벽에도 연탄을 나르러 졸면서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올해 봉사지도사과정 수업을 듣고서 막연한 봉사가 아니라 어떻게 임해야할지 마음에 와닿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더 이상 우리에게 봉사활동을 강요하시지는 않았습니다. 방학중에 엄마가 들으셨던 청소년봉사지도사과정을 저도 들었습니다. 거기서 느낀 건 봉사는 앞으로 내가 살면서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용기를 내어 9월 9일 국립대전현충원 1사 1묘역 가꾸기 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요즘 저희 가족 주말 나들이는 일요일 3시 현충원 보훈동산으로 갑니다. 거기 가면 서해수호영웅 55용사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 분 한 분 얼굴을 닦아드리며 엄마와 한분 한분의 사연을 읽습니다. 엄마가 김태 석원사님은 이 부근에 세 딸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해서 놀랐습니다. 초등생인 딸도 있는 듯 한데 그 친구는 아빠를 이렇게밖에 볼 수 없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입니다. 와서 보지 않았더라면 또 듣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곳에 잠드신 어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비석을 닦는 일 뿐이지만, 그래도 알게 된 게 다행입니다. 지금도 새벽 연탄 봉사는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날밤 다짐은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우선은 제가 할 수 있는 봉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희정<대전 덕송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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