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내일부터 이달 말까지 20일간 열린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결과 조기 출범한 정부이어서 국회의 국정감사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안보 불안으로부터 민생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정 현안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녹록치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여야의 한판 승부가 이미 예고돼 있는 마당이다.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국감에 임하는 각 정당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국감,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시스템, 과거 잘못을 해소하는 국감, 안보우선국감'으로 설정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면서 정부의 안보·인사 무능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문재인정부가 5개월 동안 추진해온 국정과제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당은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생산적 국감'을 주장했다.

국감장이 여야의 적폐논쟁으로 얼룩질 판이다. 지난 정권 국가기관의 불법사찰 및 정치개입, 방송장악,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 계획설 등 오싹해질 내용들로 가득하다. 도저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누가됐건 잘못한 게 있으면 국민 앞에 참회 반성하고 재발방지에 나서는 것이 옳다. 내외 사정이 어려우니 적당한 선에서 덮자고 할 수는 없다. 부릅뜬 민심을 어찌 할텐가. 한 점 의혹 없이 진상규명 후 책임자 처벌 수순이 필수적이다.

새 정부출범 반년도 안됐지만 현실은 엄중하기만 하다. 북핵 10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 개정 및 미국의 통상 압력과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등 한반도에 겹겹으로 드리워진 암운이 심상치 않다. 북핵 리스크로 인해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자신의 입지 세우기에만 매달릴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청년실업난 등 먹고 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의 민생 문제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깊어만 간다. 생산 소비와 투자 등 주요 성장 지표가 빠지고 있다. 정부의 3% 경제성장 목표에도 빨간 등이 켜졌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 정치권의 협치 정신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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