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감이 초반부터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 대치로 얼룩지는 바람에 민생-정책국감이 실종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에 맞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원조적폐', 문재인정부의 무능을 '신(新) 적폐'로 규정하는 프레임 전쟁이 격화되는 구조다. 어제 국회 법사위 국감이 세월호 공방으로 한때 파행을 빚었고, 행정안전위 국감에서도 여야의 '적폐청산-정치보복' 주장이 서로 맞섰다.

국감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당연하다. 여야가 정략적 관점에서 정치적 승부의 장으로 여긴 결과다. 정치권 스스로 행정·사법을 포함, 국정 전반을 감시·비판하는 국감 기능을 우선하기 보다는 국감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킴으로써 국감 무력화를 유도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민생을 보살피기는커녕 소모적인 정쟁에만 골몰하는 듯한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번 국감에서 지역현안 해결의 물꼬가 시원하게 트일 것으로 기대해온 충청지역민들로서도 할 말이 많다. 새 정부 출범 후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정치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지대한 상황이다. 그럴 기회가 자칫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다. 최소한 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이를 이슈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대전시의 경우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입법·예산지원, 어린이재활병원, 시립병원 유치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세종 국회분원 설치를, 충남도 또한 환황해권 시대와 맞물린 여러 현안을, 충북은 오송 제3생명과학국가산단, 충주 당뇨바이오 특화도시, 제천 천연물종합단지 조성 등을 각각 들 수 있다. 소관 상임위에서 이를 거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충청출신 국회의원들이 정파적 입장을 떠나 지역현안 해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국감에서 보여줘야 마땅하다. 지역현안의 국정이슈화 전략의 구체화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충청 현안이 국가의 미래전략과도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관철하는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정치력의 총화는 바로 이런 데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개인별 역량을 본격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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