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유도제로 범행당시 사용
SNS 등 판매글 무방비 노출
병·의원 도난 심심찮게 등장
졸피뎀 사용 성범죄 다수 발생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범행 당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사 처방 없이도 졸피뎀이 시중에서 불법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의원에서 졸피뎀의 도난 또는 분실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돼 불법 거래 강력 단속은 물론 전반적인 유통 체계 보완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 등을 살펴보면 불면증 치료제 또는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판매글이 무방비 상태로 이용자에게 노출돼 있다.

판매가격은 12정 기준 30만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택배거래를 통해 거래가 성행하는 모습이다.

졸피뎀은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세·기억 상실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이러한 졸피뎀의 국내 소비량은 세계 7위에 이를 만큼 처방 건수가 증가하는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에서 졸피뎀을 처방한 건수는 2012년 482만 6000건에서 지난해 608만 4000건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졸피뎀 처방과 함께 이를 이용한 성범죄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한 약물 사용 성범죄 분석 자료를 보면 2006~2012년 의뢰된 진정제 성분 약물 이용 성범죄 148건 가운데 졸피뎀이 사용된 경우는 31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인 21%를 차지했다.

이처럼 범죄 사용 우려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관리돼야 할 졸피뎀이 병·의원에서 분실 또는 도난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은 133건, 분실은 53건이 발생했다.

이 중 졸피뎀의 도난 및 분실 건수는 43건(5958정)으로 허술한 관리 실태를 대변하고 있다.

실제 2015년 대전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사가 마약류인 졸피뎀과 페치딘 수백개를 빼돌려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마약류 의약품의 불법 반출이 인터넷 등에서 불법유통으로 이어지면서 강력 범죄를 야기하는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의원은 “졸피뎀 등의 의약품 오·남용으로 국민건강이 멍들고 있다”며 “졸피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성범죄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당국과 함께 불법유통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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