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년 이맘때면 벼 재배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풍년농사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농민들은 봄철 극심한 가뭄에다 여름철 집중호우 등 예년에 비해 공력을 훨씬 더 들였다.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염해를 입어 모내기를 두 번씩 해야만 했다. 지금 들녘에서는 추수가 한창이다. 농민들의 마음은 올해 수매가가 얼마로 결정될 것인지에 쏠려있다.

지난 수년간 풍년농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80㎏ 한 가마에 12만8807원까지 쌀값이 폭락했다. 이는 20년 전의 가격이다. 벼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뛰었음에도 쌀값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농민들이 분통을 터뜨릴만하다. 최근 들어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에 지난 7월 12만7600원에서 10월 들어 15만892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수확기 쌀 37만t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쌀 수급안정 대책을 최근 내놨다. 공공비축미와 해외공여용 쌀 35만t을 합하면 총 72만t을 매입하는 셈이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총 69만t을 매입했다. 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을 395만5000t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19만7000t보다 24만2000t 감소한 수치다.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 조처는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기대치와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농민단체들은 80㎏ 한 가마에 24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매량도 100만t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로서는 부담이 가는 요구다. 여기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기·다량 시장격리가 쌀값 상승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쌀값이 회복될 때까지 추가조치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올해 쌀 수확량 감소는 정부의 쌀 적정생산유도 정책으로 경지면적이 줄어든 원인이 크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5만4000㏊로 전년(77만8000㏊)보다 3.1% 줄었다. 강력한 생산조절과 함께 쌀 소비촉진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 1984년 1인당 쌀 소비량은 130㎏에 달했지만, 작년 소비량은 61.9㎏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2027년에는 47.5㎏까지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간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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