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
[시론]


1991년 지방의회의 부활 이후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지방분권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지방을 길들이려 하는 중앙집권적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 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소통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 필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즉 소통 당사자 간 권력관계가 균형을 상실한 경우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등하고 협력적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0년간 과거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를 구현하는데 최소한의 보장내용만을 규정하고 있고 지방자치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헌법이 아닌 법령의 범위에서 제정하도록 함으로써 한계를 안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제한된 자치만 허용되고 있는 실정으로 무늬만 지방자치를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형식적이고 무늬만 지방자치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의 지방정부의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 등을 헌법에 명시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를 포함한 지방 4대협의체가 함께 참여해 지방분권 개헌 추진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분권개헌 추진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한, 올해 초 출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지난 8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총 11차례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개헌특위에서 논의해 온 개헌 쟁점사항을 포함해 지역의 개헌 현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헌논의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어 지난 11일 개헌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한 뒤 오는 5월까지 개헌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의결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했다.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이제는 어떠한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없이 완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의 논의가 주요의제가 돼야 한다.

개정안에는 헌법전문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고 기본권으로써 주민자치권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로써 위상이 확립돼야 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상호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에서 자주적인 정책결정과 집행의 주체로서 그 위상이 확립돼야 한다.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을 부여해 지역실정에 맞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자주재정권을 보장해 재정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지금이 지방분권형 개헌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다. 중앙집권의 비효율과 중앙정부의 과부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더 이상 중앙의 일방적인 통제가 아닌 지방정부와 소통하고 주민의 참여가 확대되는 완전한 지방자치로 변화해야 한다. 지역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을 제고해 나가는 과감한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국가운영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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