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국감에서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보유 연구 장비의 사용률이 저조하고 노후화된 장비도 상당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 결과, 연구장비 사용률이 매우 낮아 무려 2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혈세를 허투루 사용할 수는 없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사안인데도 개선책은 더디기만 하다. 근본적인 대안이 실행되어야 하겠다.

전체 출연연 연구장비 중 연간 사용률이 10%미만인 '저활용장비'와 최근 6개월간 아예 사용하지 않은 '유휴장비'로 분류해보니 전체(1만3907점)의 11.9%에 해당하는 1656점이 문제의 장비로 지목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경우 보유장비 대비 유휴·저활용 장비 비율이 72%로 가장 높았다. 출연연의 장비가동률은 연간 10%미만으로 저조하다. 장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가 장비를 들여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셈이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는지 따져 볼일이다. 국가 R&D 과제 비용에서 장비 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를 일목요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과제의 기회비용을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출연연 보유장비의 노후화 문제 역시 심각하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내구연한(5년) 초과 장비는 1만2904점 중 55.4%(7150점)에 달한다. 내년 1월에는 전체의 61.2%(7895점)가 내구 연한을 초과한다. 노후 장비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가 연구시설·장비 활용 고도화를 논의하는 TFT도 발족시켰다. TFT의 별칭은 '나눠쓸래?'로 국가연구장비 공동 활용 등을 모색하기로 했다. 연구장비 전문인력의 전문성 강화, 연구장비 운영체계 개선, 연구장비산업 진흥 관련 정책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가연구시설 장비 운영·활용 고도화 프로그램이 아직도 겉돌고 있다는 자성으로부터 출발하는 게 맞다.

이미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는 전국대학과 연구기관 보유 연구 장비와 인력에 대한 DB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과학기술세계다. 영역 간 '칸막이 구조'의 폐쇄적인 인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장비 구입단계로부터 활용, 공동 사용 이후 폐기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효율적으로 종합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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