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클릭이슈]
매년 교권침해 수천건
폭언·폭행·성희롱 당해도
학교는 ‘쉬쉬’하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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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1. 대전 A초 B여교사는 최근 학생에게 황당한 그림을 받았다.

수업 중 학생이 누가봐도 자신의 가슴을 묘사한 그림을 그려 교사에게 준 것이다. B여교사는 학생에게 “이게 무슨 그림이냐”고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느냐” 물었지만 학생은 “웃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오히려 화를 냈다.

B여교사는 “성희롱을 당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교사는 수업만 하면 그만인 존재인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 대전 C고 D영어교사는 최근 중간고사에 시험문제를 잘 못 냈다며 학부모에게 욕설을 들었다.

지역대학 영문과 교수인 학부모는 전화로 욕설을 하는 한편 학교로 찾아와 “학생이 시험문제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며 학생과 자신에게 사과를 하라고 D교사에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교권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교권 침해 사례는 매해 수천 건씩 발생하지만 이처럼 정작 교사를 보호해야 하는 학교나 관련 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이다.

22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전에서 모두 136건의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151건 대비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교권침해 사안 136건 가운데 학생 폭언이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업진행 방해 20건, 폭행 6건, 성희롱 4건, 기타 41건 등으로 밝혀졌다.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 교권침해를 당해도 교사 스스로 마음에 담고 가도록 만드는 현장의 분위기 때문에 교사들의 하소연은 묻히기 일쑤다.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해 교권보호위원회라도 열게 되도 교사들은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게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무작정 교사가 참으라는 분위기가 바로 그 것.

학교장에게 교권침해 사실을 보고하면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거나 심지어 학부모 편을 들기까지 해 교사들은 또 한번의 상처를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스트레스는 병으로 이어져 병가를 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교사를 지켜줄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없어 교사는 스스로 그들을 지키고 있다.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학교장실을 찾아와 폭언과 난동을 부리는 학부모 앞에 경찰 신고는 언감생심, 학교장과 교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채 무조건 머리를 숙이고 일이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는게 현실이다.

이 지경이 된 것은 교사, 학생, 학부모, 즉 교육3주체의 관계가 학생, 학부모의 권리만을 강조하고 확대·보장하는 형태로 진행된 데 주요인이 있다.

대전지역 고등학교 한 교사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고 각박하다. 교사를 믿지 않는다. 학생·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분명있다”며 “하지만 학교현장이 투명화되고 공정성이 확보됐음에도 학교라는 사회를 믿지못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학생·학부모와 교사간 불신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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