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미분양 9470가구
지역 주택수요 양극화 심각
집·전셋값까지 도미노 하락
공급과잉에도 내년 분양 봇물

#1.천안 쌍용동 소재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전세 놓고 현재 대전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49)씨. 김씨는 지난달 2년 만기가 돌아온 이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진행하면서 1억 50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을 1억 4000만원으로 깎고, 차액인 1000만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해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 아파트는 천안시청이 가깝고 KTX 천안아산역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소위 'A급' 단지다. 김 씨는 "작년부터 집을 팔려고 내놨다가 안팔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보증금까지 내줘야 한다니 당황스러웠다"며 "집값도 하락하고, 전셋값까지 떨어지기만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한 때 '범 경기권'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천안시는 현재 충남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도시가 됐다. 최근 1~2년 새 천안 불당지구내 아파트 분양이 줄 잇고 북부 성성지구 등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충남지역의 미분양은 총 9470가구로 1만가구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천안시에 40%에 달하는 3762가구가 몰려 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달고 분양한 아파트도 미분양에서 예외는 아니다. 천안시가 공개한 9월 말 기준 미분양 현황에서 천안 성성동 천안시티자이는 1646가구중 59%인 971가구가 미계약됐다.

봉명동 봉서산아이파크는 조합원이 있는 재개발 사업지인데도 665가구중 31%인 205가구가 미분양이다. 두 아파트는 입주가 각각 내년 10월, 9월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분양권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다. 인기 있는 로열동, 로열층의 아파트도 웃돈 없이 살 수 있고 분양가에서 500만~1000만원 이상 싼 물건도 널려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된 불당지구에서 주택 수요를 대거 빨아들이면서 그 이외의 지역은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당지구에서만 1만가구가 분양되는 등 전반적으로 공급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늘면서 집값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천안시의 아파트값은 2015년 0.32% 내리더니 지난해 4.78% 떨어졌고 올해도 10월까지 3.05% 하락했다. 전셋값 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2.78% 내린 데 이어 올해는 10월까지만 벌써 3.16% 하락했다. 이 때문에 천안시 일대에는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줘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역전세난이 시작된 것이다. 천안에서 입지여건이 좋아 수요층이 두터운 편인 쌍용동의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 3.3㎡당 545만원에서 현재 509만원으로 하락했다.

충청권의 주택 문제는 세종시를 제외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충남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5년 1만 2422가구에서 지난해 2만 2490가구(세종시 제외)로 늘었고, 올해 2만 5138가구, 내년 2만 3768가구 등 3년 연속해서 연간 입주물량이 2만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충북은 지난해 1만가구에서 올해 1만 2000가구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약 2배 수준인 2만 3천여가구로 급증한다.

특히 청주시는 최근 1~2년간 신규 아파트가 대거 분양되면서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주택경기가 꺾이면서 청약시장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 6월 청주시 오송2생명과학단지내에서 분양한 '동아라이크텐'(970가구) 아파트의 경우 미분양이 극심해 두 달 여 만에 입주자모집을 포기하고 지난 9월 임대 전환을 결정했다. 그런데도 청주시에는 내년 분양을 목표로 하는 신규 분양이 줄줄이 계획돼 있다. 금융권의 대출 담당자는 "청주시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면서 관할 지자체에서 분양 아파트를 뉴스테이 등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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