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11.8%에 국민 절반이 거주, 공공기업·기관 이전 생활권 여전, 비수도권과 경제·교육격차 심각
지방자치단체 자립도 30% 불과, 지방분권 통해 균형발전 나아가야

▲ 충북 오창산업단지 전경. 충북도 제공
수도권 규제가 시작된 지 벌써 60여 년이 흘렀지만 수도권의 과밀화 현상은 여전하다. 수도권은 과거 대도시 인구집중방지대책 및 분산 계획이 시행됐음에도 지리적 특성 등으로 인해 계속해 비대해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지방분권을 내세우며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수도권 국회의원들을 필두로 수도권규제 철폐와 관련한 입법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폐지 관련 법안은 모두 7건에 이른다. 수도권규제 철폐를 두고 국가산업발전에 지장이 있다는 측과 국가균형발전을 파괴한다는 측의 대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수도권 규제의 역사와 현재, 규제를 지속할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 경제성장과 수도권 규제

한국은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며 자본 및 자연자원의 절대부족, 인구 과잉밀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전략사업에 집중해 왔다. 이런 경제성장방식은 1962년부터 정상 궤도에 오르며 일본, 미국 등의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섬유산업과 제조업 등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 중화학공업의 발전으로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투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정부차원의 불균형성장전략이 추진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항만 지역의 집중투자가 대표적인 예로 전국적으로 낙수효과가 미미해 수도권에 전체 인구가 집중되고 모든 경제력이 집중되는 극단적인 불균형 현상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정부는 1960년대부터 대도시 인구집중 방지대책,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방안, 분산 등의 정책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실효성이 떨어졌다.

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밀집해 있던 공공기업 및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으나 직원들의 생활권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러 있어 지역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었던 게 사실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업환경 개선대책, 국토이용효율화 방안 등으로 인해 그나마 있던 규제조차 유명무실해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 국가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으나 같은 당적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이 수도권 규제 철폐 법안 7건을 입법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모양새다.

◆수도권 집중 실태

현재 수도권의 면적은 1만 1818㎢로 전체 국토 면적(9만 9720㎢)의 11.8%에 불과하나 인구는 49.5%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성장했다. 그간 수도권 인구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많은 정책 및 법령을 제정하고 시행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인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증가했다. 최근에는 60대 이상의 노인층만 수도권 밖으로 이주해나가는 모양새다.

실제, 생산가능인구의 수도권비중은 2000년 46.9%에서 2017년 50.8%까지 증가했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비중도 46.3%에서 51.4%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경제·교육 등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청년층의 인구밀집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교육격차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전국 20위 이내 대학의 80%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서울대 합격자의 수도권 고교 비중도 62%에 달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들이 많이 생겨나고, 따라서 수도권 졸업생은 물론, 지방출신 졸업생들도 수도권으로의 취업을 시도해 지방에는 일자리는 있지만 정작 사람이 없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경제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100대 기업 본사 91%, 벤처기업 72.7%, 상장사 자본금 82%, 전국 예금액의 70%, 의료기관 52%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심지어 지식화 게임산업의 대표격인 게임산업의 경우 판교를 벗어나서는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그나마 비수도권이 유일하게 앞서는 지표인 GRDP(지역내총생산)도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공장총량제 확대 등으로 인해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구매력과 관련한 소득관련지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전국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판매액의 65%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정부·민간 R&D(연구개발) 사업조차도 2014년 73.7%가 수도권에 집중되며 시장 여건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표는 지방의 소득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서비스업 규모의 격차 심화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문제점과 원인

국내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도권의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교통·주택·환경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인한 외부불경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외부불경제 확대는 삶의 질 저하로 복지비용 부담 확대, 국가 재정지원 투입 확대 등의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 현상은 정부·민간의 투자능력을 저하시켜 장차 국가 경쟁력 약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비수도권의 지역거점도시 미발달은 구매력 부족과 생산인력 감소 등으로 하여금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도권규제 완화로 인해 비수도권의 기업유치가 20% 감소할 경우 전국적으로 1596억원의 생산감소효과, 446억원의 부가가치 감소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전기업 감소의 직접효과를 추정한 것으로써 근로자 유출, 지역소비 감소 등으로 인한 간접적 손실을 포함할 경우 지방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막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는 지방정부의 재정력 격차, 사회적 요인, 소극적 수도권 규제정책 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수도권의 재정자립도는 약 80%에 육박하는 반면, 충북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립도는 3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낮은 자립도는 국비 충당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해 투자 감소, 사업 축소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사업 추진 시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예비타당성 검사는 경제적 편익이 현재 수요에 바탕을 두고 있어 지방권에 과도한 불리함을 안기고 있다.

실제, 충북도는 2015년 청주 밀레니엄타운에 (가칭)미래해양과학관 설립을 추진했으나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2에 불과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바다가 없는 충북도의 해양 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인구, 경제성 부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충북에서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2001년 추진돼 B/C가 1이상으로 경제성이 입증되고 기본·실시설계는 물론, 도로구역 변경 결정 고시가 완료돼 2008년 착공토록 결정됐음에도 진전이 전혀 없어 전형적인 국토비균형발전의 한 축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정부의 소극적인 규제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며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실례로 수도권에서는 2015~2017년 공장건축 허용량을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577만 8000㎡를 허용했다. 이는 평택, 안산 등의 수도권 지역에서 공장 신·증축 열풍을 불러일으켜 불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의 필요성

수도권규제란 정부의 방침이 나온 지 60여 년이 흘렀음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세계 선진국들의 예를 들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외침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도시와 농촌의 생활 격차가 과도히 크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또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격차도 심각하다.

세계 선진국들의 경우 대도시와 농촌의 생활권 차이가 크지 않을뿐더러 인구의 20~30%만 집중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는 각종 사회·경제적 외부불경제를 발생시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수도권의 성장효과를 통한 낙수효과는 사실상 미미하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전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등의 산업이 아닌 지식화 산업이 기반이 되는 것으로 기존의 입지여건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국가균형발전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등 값싼 노동력을 위해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들이 회귀할 경우 비수도권으로의 정착이 국가적 정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에서는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건설하며 강제적인 분산정책을 펼친 바 있다. 물론, 공기업과 기관에 한정돼 시행됐던 것이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논거에 근거한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는 점차 완화돼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전혀 맞지 않다"며 "외국에 비해 수도권 집중도가 과하게 높고 지역 간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오히려 지방 육성에 힘을 보태야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용우 기자 winesk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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