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을 상실한 이후 그의 부인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통합시 수장으로서 각종 현안사업과 업무를 적극 추진해 온 그의 낙마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이 전 시장 부인의 청주시장 선거 '대리 출마설’이 나오면서 지역 정가에 쟁론이 점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정론도 있지만, 중도 낙마한 선출직 단체장의 뒤를 이어 부인의 출마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선거비용 허위 보고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다시 한 번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라고 하나 중도 낙마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당장, 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수행하면서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많다. 2014년 청원군과 통합한 이래 KTX오송역의 명칭 변경, 통합 시청사 신축 등 당면 사업 추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6분의 5에 해당하는 임기가 훌쩍 지나가면서 새로운 시장이 입성하면 그동안 추진했던 각종 정책이나 현안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고 소송에 매달리면서 시정활동이 위축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누구나 ‘선거에서 당선인이 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피선거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부인의 출마를 말릴 수 있는 명분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가 아직도 온전한 지방자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부인이 출마해 당선될 경우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통해 남편이 여전히 행정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상존해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이든, 선거법 위반이든, 비리에 연루돼 그만뒀든 중도 낙마한 자치단체장이 아무런 책임 없이 또다시 동정론에 호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성숙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대승적인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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