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시가 시내 교차로 5곳에 스마트폰 사용 주의를 안내하는 표지를 부착했다고 한다. 시청역네거리 등 10~30대 보행자가 많은 교차로가 안내표지 부착 우선 대상지로 선정됐다. 부착물에는 '걸을 때는 안전하게', '스마트폰 사용주의'라는 문구를 넣었다. 교차로 미관 저해에도 불구하고 안내표지를 부착한 건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몸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는 사람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도로를 걷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서울시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어른들이라고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에 열중하다보면 차량이 가까이오든 경적을 울리든 알지 못한다.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실제 최근 6년간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차 대 사람 사고 가운데 보행자의 도로 횡단 중 발생한 사고가 43.7%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도로 횡단사고 전체가 스마트폰 때문은 아니겠지만 기여율이 적지 않다. 차량사고 뿐만 아니라 몸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교차로에 스마트폰 사용주의 표지를 부착하겠는가.

대구대는 캠퍼스 내 모든 횡단보도에 '스마트폰 정지선'을 만들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보다 서로 부딪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러다 도로가 온통 스마트폰 주의문구로 뒤덮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제정했다. 횡단보도나 도로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 적발되면 최고 99달러(한화 약11만1000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전방을 주시하며 걸을 때의 시야는 120~150도 정도지만,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10~20도에 불과하다. 사고율이 높은 이유다. 성인 10명 중 2명,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건 자유이나 최소한 횡단보도와 같은 장소만은 가렸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지난해 1000명을 넘는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처벌규정을 마련하기에 앞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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