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6명은 초등학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고등학생의 학교폭력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초등학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학교폭력이 유독 많은 이유가 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린시기에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을 근절해야하는 이유다.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만8000명(0.8%)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9월18일~10월27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360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벌였다. 학교급별로 보면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초등학생이 1만7500명으로 응답률이 1.4%나 됐다. 중학생 7100명(0.5%), 고등학생 3500명(0.4%)보다 훨씬 많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행돼야함을 일깨워준다. 초등학생들은 사리판별 능력이 부족해 폭력을 행사하고도 잘못을 인지하지 못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지만 폭력을 저질러도 무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폭행, 왕따, 괴롭힘 등의 행동이 동료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진지하게 가르쳐줘야 한다. 아이들끼리의 일이라고 감추려드는 건 절대 금물이다.

피해학생이나 목격자가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학교폭력을 당한 뒤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20.7%나 됐다. 피해학생들은 왜 신고를 안 한 걸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스스로 해결하려고' 라는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스스로 해결하려다 제2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가해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도 신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실태조사 방식을 바꾸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률이 채 1%도 되지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에게 동일한 설문지를 제시하는 등 맞춤형 설문이 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방과 근절책 마련에 보다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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