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주간의 입법전쟁이 시작됐다. 국회는 어제 연내 법안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개막했다.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이 주요 쟁점들이다. 하지만 국회는 여지없이 기대를 저버렸다. 외국 방문과 지역 일정을 소화한다는 이유로 상당수 국회를 비운데다 제1야당 원내사령탑이 사실상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 개점휴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툭하면 국회를 공전시키는 바람에 민생·개혁 법안처리를 방기해오지 않았던가. 이렇게 되면 또 '빈손국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기로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를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 더뎌지게 돼 이래저래 난맥상이다. 각 당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국회활동마저 위축시킨다면 이는 국민 기만 행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러의원외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 58명은 일본에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원내대표 경선으로 바쁘고,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통합파와 호남 중진 중심의 비통합파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개혁입법과 민생입법이 문제다. 상임위 곳곳이 파행으로 얼룩져 법사위에서만 800여건 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 뜻과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보일 리 만무하다.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도 개헌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여기엔 국회(분원) 이전도 포함돼있다. 우리가 주시하는 건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이다. 개헌이 있어야 모든 게 가능한 일들이다. 정당의 이전투구로 인해 국가적 대사(大事)를 그르쳐선 안 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내년 3월까지 내용과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임시국회는 말 그대로 정기국회 내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한 것이다. 민생을 위한 국회라면 여야가 자주 만나서 의정과 현안을 협상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입법 미비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복기했으면 한다. 진정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민생을 꼼꼼히 살펴, 뒷거래 식 날치기 법안통과가 이뤄지지 않도록 합의안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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