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생활에 필요한 가구당 적정생활비는 월평균 251만원, 최소한의 생활비는 월평균 177만원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가 20~74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전에도 여러 연구기관들이 노후생활 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응답자들이 밝힌 최소생활비는 150만원 언저리였다. 최소생활비란 식비 광열비와 같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관건은 최소생활비 내지는 적정생활비를 준비한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다. 은퇴 후가 아니라 당장의 수입이 200만원을 밑도는 가구가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최소생활비를 준비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10명 중 3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50대 이상에서도 절반 이상이 최소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 없이 은퇴 연령에 진입하는 형편이다.

노후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 희망 은퇴 연령은 65세지만 완전 은퇴 연령은 75세로 추정됐다. 은퇴를 하고 싶어도 생활비를 벌려면 10년은 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이렇게 고된 생활을 해야 하는 건 자녀교육, 결혼 등에 일생을 헌신한 탓이 크다.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작 자신들의 미래는 돌보지 않았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빈곤 문제가 사회 이슈화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체면이 구겨졌다. 그러잖아도 노인들은 흔히 3대 고통으로 지칭되는 질병·빈곤·고독에 시달리고 있다.

응답자들은 행복한 노후를 위한 첫 번째 요소로 건강과 돈을 꼽았다. 돈이 없으면 건강유지도 어려울 터다. 정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회안전망 강화가 긴요하다. 공적연금 도입 역사가 일천한 우리로서는 수혜자도 제한적이다. 노인빈곤 문제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장기 플랜을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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