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상화폐 열풍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가상화폐란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실물화폐와는 달리 실체가 없다. 암호화된 상태로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거래된다. 주식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2100만 비트코인으로 채굴량이 제한돼 있어 희소성을 높여주고 있다. 가상화폐의 양면성을 간과할 일이 아니다.

가상화폐 광풍이 불어 닥친 것은 지난 1년 사이 그 가치가 무려 20배 이상 오르면서부터다. 비트코인의 경우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연중 24시간 거래 가능해 직장인은 물론 주부, 대학생, 중고교생 등 10대도 열광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별다른 제재 없이 거래 가능하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스마트 폰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실시간 단위로 투자 등락폭이 심해 짜릿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중독 성향까지 보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화제는 단연 가상화폐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로선 감당해야 할 폐해가 작지 않다. 공부 소홀로 성적이 떨어지거나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래 문화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겐 사소한 환경이라도 엄청난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하고 투기 열풍에 휩싸인다는 건 교육적으로도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급기야는 정부가 나서서 규제안을 발표한데 이어 업계의 자율규제안이 나왔다. 시장에서 이미 무서운 속도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과연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와 계좌 개설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이미 투자한 청소년의 경우 매매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내 거래소가 막히면 외국 사이트를 통해 거래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 투기에 대한 후유증 및 부작용을 사례별로 정리한 경제관 교육이 선행돼야 함을 일깨운다.

가상화폐가 정상 거래되지 않고 투기나 사행심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물론 이를 차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가상화폐가 태생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나쳐선 안된다. 제4차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요인까지 차단할 필요는 없다. 이를 선용할 수 있는 방안도 아울러 강구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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