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방차의 화재현장 진입로를 가로막는 불법주차 문제가 여전하다.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한다는 건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학교 현장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이 없다. 소방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학교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오늘자 본보의 보도 내용이 충격적이다. 안전 불감증에 빠진 사회, 그대로 두고만 볼 건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전 일부 학교의 경우 학교 진입도로 폭이 5m 남짓에 불과하다. 도로변에 불법주차라도 돼 있으면 진퇴양난이다. 중형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다. 주차 차량에 핸드브레이크라도 채워져 있으면 더욱 난감해진다. 지난해 인근 화재 당시에도 소방차가 못 들어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소방차 진입 도로의 확보·정비·관리에 대한 비상한 대안이 절실하다.

구랍 21일 29명이 숨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시 소방차는 화재신고 7분 만에 현장 부근에 도착했지만 불법주차들 때문에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통에 14분이나 늦어졌다. 핵심 구조장비인 사다리차는 30분 이상 현장 접근조차 못했다. 화재 진압 현장에서 그토록 소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안전의식에 문제가 있고, 여기에다 유사시 소방도로 확보를 위한 실효적인 제도가 허술하다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전국 도시에 골목길이 어디 한둘인가. 아파트 구내 도로 또한 마찬가지다. 소방도로 마비로 인한 잠재적 화마를 걱정해야 할 곳이 태반이다. 대형 건물을 비롯해 주택가, 아파트, 학교, 전통시장 등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둬야 마땅하다. 뒤늦게 허둥지둥하다가 화를 자초한다는 건 어리석다. 소방도로 확보에 대한 행정기관의 확실한 입장 정리도 필요해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방차가 화재현장 진입을 위해 불법주차 차량을 파손해도 책임을 묻지 않게 해달라는 국민청원 서명자가 3만 9000명을 넘어섰다. 현행 소방기본법상 소방활동에 방해되는 차량을 치울 수는 있으나 차량 훼손시 법적 다툼에 휩싸일 소지가 많다. 후속 조치가 충분하게 뒷받침돼 있지 않은 탓이다. 실효성 있는 시스템부터 마련하자. 소방도로 확보를 위한 관련 법안들이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공동체 사회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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