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들을 공분케 한 2015년 인천 맨발 소녀 탈출사건과 2016년 평택 원영이 사건 이후 정부가 다양한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아동학대는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북 고준희 양 유기 사건과 광주 3남매 화재 사망 사건의 전말을 보면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무색한 지경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사회의 안전망, 감시장치가 얼마나 허술한지 일깨워준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총 1만647건으로 전년 상반기 8972건에 비해 1675건(19%)이나 급증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최근 5년간 아동학대 건수는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건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의 특성상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아동학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를 구분해봤더니 부모가 72%(7634건)로 가장 많았고, 어린이집·유치원·학교교사 등 대리양육자 15%(1601건), 친인척 4.6%(476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에 의한 학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 정로로 여기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아동학대를 불러온다. 아이를 낳았지만 양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도 있다.

지난 연말 실종 8개월여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도 친부와 계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는 장애를 앓고 있던 어린 딸을 상습폭행 했다고 한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어린 3남매가 화재로 질식사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화재 당시 친모는 술에 취해있었다고 한다. 소방관에 의해 구조된 친모는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학대·방임으로 고통 받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아이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하나. 사적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방관할 일이 아니다. 굳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감시장치를 보다 촘촘히 짜야한다. 부모교육 강화도 긴요하다. 아동학대는 범죄임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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