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개헌 폭에 대해선 합의 가능성이 낮은 권력구조 문제는 추후로 미루고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른바 '2단계 개헌론'이다. 문 대통령이 새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개헌 의지를 소상하게 밝힌 것은 당연하다.

당장 개헌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다. 여권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올해 말까지 개헌'으로 당론을 바꾸었다. 국민투표를 거치더라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물 건너간다.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신의 명백한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 개헌투표를 하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적어도 2월말까지는 개헌안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야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정치권이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개헌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직접 발의할 경우 정치권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권력구조를 제외한 개헌안 발의 방식이 유력할 것 같다. 지방분권과 기본권에 대한 개헌부터 한 후 권력구조 개헌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해온 지역으로선 반대 명분이 없다.

다만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다는 건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전 및 정책의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충청권으로선 실망감이 여간 큰 게 아니다. '행정수도 개헌'과 '세종시 자치분권 모델 완성' 정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해서 지방분권 및 세종시 현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이를 쟁점화하지 못한 지역 언론의 무력한 자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충청권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 건가. 지역 정치권 역할의 몫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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