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갈등 심화… 속도 못내

국민의당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 개헌안 발의 카드'를 공개 거론하며 야권을 압박하고 나서자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력을 하나로 모으지는 못한 모습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온 국민의당이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둘러싼 극심한 당내 갈등으로 인해 개헌 관련 논의에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개헌·정치개혁특위 소속인 주승용·김관영·이태규 의원과 사법개혁특위의 조배숙·송기석 의원을 불러 원내대표단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이 전날 "국회에서의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더 일찍 개헌안을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나"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자리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국회 주도의 개헌이라는 원칙론을 거듭 강조했다. 개헌이 국회가 아닌 정부 주도로 이뤄질 경우 자신들의 주장하는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거대 양당에 유리한 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거나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등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당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여야의 이견을 최소화할 수 있고, 여야의 타협을 통해 개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여야 이견이 해소 안 된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여야 합의 불발시 권력구조를 제외한 기본권과 지방분권 중심의 개헌을 우선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이 없는 개헌은 하나 마나 한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 천명과 대책 논의에도 불구하고 당내 가장 큰 현안인 바른정당과의 통합 갈등이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어서 당분간 개헌·선거구제 개편을 두고 단일대오를 정비할 여력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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