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고졸보다 취업하기 어려운 사실이 통계로 첫 확인됐다. 2017년 실업률은 대졸 이상 학력자가 4.0%로 고졸(3.8%)보다 0.2% 포인트 높았다. 2017년 기준 실업자는 대졸 이상 학력자가 50만 2000명, 고졸 실업자는 40만 9000명으로 추산됐다. 사회 전반의 고학력화 추세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다. 이번 통계는 고학력 인플레와 왜곡된 일자리 수급구조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요즘 대학 나와서 좋은 스펙을 쌓아도 취직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대학 졸업생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일자리는 정체되거나 감소되고 있으니 실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취업할 의사는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젊은이들까지 포함하면 청년실업 문제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청년소득 증가율이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낮고 가처분 소득이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건 그들의 암담한 사정을 잘 대변해준다.

지난해 전체 실업률은 전년과 같이 3.7%인 반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만 높아졌다. 청년실업률이 9.9%, 체감실업률은 22.7%로 2000년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부터 청년실업률이 급상승하면서 10%선을 육박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 사회가 노동수요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졸 출신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는 건 전문직·준전문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직이나 생산직이 기술혁신으로 되레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인적 자원이 중요하다. 학벌주의 풍조는 산업화, 정보화 사회에서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는 사회구조와 맞물려 확대 재생산돼온 게 사실이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대학 이상은 나와야 번뜻한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통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탓이다. 하지만 학력 과잉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고학력자가 실업자로 살아간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부족한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미스매치) 해소는 해묵은 과제다. 일자리에 맞는 인력이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걸맞은 교육 및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 제고와 더불어 고용여건 개선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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