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스켈레톤 입문…올 시즌 황제 두쿠르스 넘어 세계랭킹 1위
유럽·북미 가리지 않고 승전보…'홈 이점'까지 살려 올림픽 金 도전

▲ (영종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인 윤성빈(강원도청)이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성빈은 곧바로 평창으로 이동해 다음 날부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2018.1.14
    jieunlee@yna.co.kr
▲ (영종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인 윤성빈(강원도청)이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성빈은 곧바로 평창으로 이동해 다음 날부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2018.1.14 jieu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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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06433259 Sungbin Yun from South Korea in action during the Men's Skeleton World Cup in St. Moritz, Switzerland, 12 January 2018.  EPA/URS FLUEELER
▲ epa06433259 Sungbin Yun from South Korea in action during the Men's Skeleton World Cup in St. Moritz, Switzerland, 12 January 2018. EPA/URS FLUEELER
[평창 기대주] 월드컵 정복한 '천재' 윤성빈, 이제 올림픽만 남았다

2012년 스켈레톤 입문…올 시즌 황제 두쿠르스 넘어 세계랭킹 1위

유럽·북미 가리지 않고 승전보…'홈 이점'까지 살려 올림픽 金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24·강원도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유력한 태극전사 가운데 한 명이다.

윤성빈은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초만 해도 자기 운명을 전혀 몰랐다.

그는 엘리트 스포츠는 접한 적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운동신경 하나는 남달랐다.

이를 알아본 체육 교사가 그에게 스켈레톤에 도전할 것을 권유했다.

윤성빈은 서울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사를 겸했던 이 교사로부터 '썰매에 배를 대고 누워 머리부터 내려오는데 최고 속도가 시속 130∼140㎞에 달한다'는 설명 정도만 듣고서 스켈레톤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이는 윤성빈의 인생은 물론이고 세계 스켈레톤 역사까지 바꿔놓았다.

윤성빈은 평창올림픽 개막이 23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현재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남자 스켈레톤 부문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 세계 스켈레톤에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가 10년간 쌓아올린 거대한 제국이 있었다.

두쿠르스는 2009∼2010시즌부터 무려 8시즌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그는 윤성빈이 스켈레톤에 입문한 2012년에 이미 '황제' 소리를 들었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의 우상이었다.

지난 시즌 두쿠르스 제국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였다. 균열을 일으킨 장본인은 윤성빈이었다.

윤성빈이 지난 시즌을 세계랭킹 3위(월드컵 기준 2위)로 마치자 평창올림픽에서 '홈 이점'을 살리면 금메달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올 시즌 들어 윤성빈은 두쿠르스의 기나긴 독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굳이 한국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 올림픽이 열려도 윤성빈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럽다.

지금까지 치른 7번의 월드컵에서 윤성빈은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윤성빈의 기세에 밀린 두쿠르스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올 시즌 윤성빈의 두쿠르스 상대 전적은 5승 2패다. 두쿠르스의 세계랭킹은 윤성빈에 이은 2위다.

썰매는 홈 이점이 유독 큰 종목이다. 세계에는 IBSF 공식 인증을 받은 트랙이 16개 있는데, 저마다 코스가 제각각이라 해당 트랙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해본 대회 개최국 선수가 유리하다.

윤성빈은 북미는 물론이고 두쿠르스의 홈이나 다름없는 독일, 스위스 등 유럽 트랙에서도 승전보를 전해왔다.

올림픽 경기가 열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2016년 10월에야 완공돼 외국 선수들은 이 트랙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지난해 초 열린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 타본 게 사실상 경험의 전부다.

윤성빈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창 트랙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고, 올림픽에 대비해 마지막(8차) 월드컵을 포기한 채 14일 귀국했다.

평창 트랙은 다음 달 1일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통제하에 들어간다.

윤성빈은 15일부터 31일까지 17일간 평창 트랙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윤성빈은 스켈레톤에 가장 적합한 몸을 타고났다. 말 그대로 '천재'다.

하지만 어쩌면 윤성빈의 가장 큰 장점은 타고난 운동신경이 아니라 배짱일지도 모른다.

썰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출신으로 유럽과 북미 출신의 세계 최정상급 스켈레톤 선수들을 하나둘 제치고 결국에는 두쿠르스까지 넘어선 근간에는 윤성빈의 담대함이 있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앞두면 대부분의 선수는 큰 부담을 느낀다.

혹시 모를 작은 실수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는 않을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는 않을지 불안하고 초조한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윤성빈은 오히려 "부담을 왜 느껴요?"라는 반응이다.

그는 지난 14일 가진 귀국 인터뷰에서 "부담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관심을 응원으로 생각한다. 올림픽 메달은 다른 사람이 따라고 해서 따려는 게 아니라 내 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 1∼2차 주행은 다음 달 15일, 3∼4차 주행은 16일 펼쳐진다.

1∼4차 시기 주행 기록을 합산해 최종 메달 색깔이 가려진다.

개띠인 윤성빈은 무술년(戊戌年)인 올해가 '황금 개띠'의 해이고 공교롭게도 설날에 최종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떠올리며 "내가 황금 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기분 좋은 명절에 기분 좋은 결과를 전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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