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편지·도시락들 빼곡
부모 ‘국민청원’ 10만명 돌파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 없길”

▲ 대전 서구 아파트 단지 교통사고 어린이 추모천막에 붙여진 편지들. 사진=홍서윤 기자
이웃들이 보내준 ‘정’이 자식을 허망하게 잃은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을까.

21일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광장에 만들어진 추모 천막을 다시 찾아가보니 이웃과 시민들이 붙인 편지들로 천막 가림막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이 곳은 지난해 10월 아파트 단지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에 치여 사망한 6살 아이를 기리는 장소다.

추모제 첫 날 가림막 중간에만 일부 붙어있던 추모 편지들은 마지막날인 이날 전면을 꽉 채우고도 넘쳐 양 측면에까지 붙어 있었다.

추모 편지에는 “사랑하는 아이야, 운전하는 아저씨로서 미안하구나”, “아기야, 많이 아팠지. 할아버지가 마음이 무척 아프구나”, “꽃같이 예뻤을 작은 천사야, 어른들이 미안해”, “동생아 교통사고를 당해서 많이 아팠지, 보고싶고 기억할게”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피해자 부모와 이웃들에 따르면 추모제가 열린 기간 전국에서 온 추모객들의 발길과 추모 물품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당초 부모가 구입하려했던 추모 천막은 이 가족의 사연을 들은 상점 주인이 무상으로 빌려준 것이다. 또 이웃들은 아이에게 저녁밥도 못 먹이고 떠나보냈다는 부모 이야기를 듣고 김밥부터 캐릭터 도시락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천막을 찾았다.

세종시에서 왔다고 밝힌 한 시민은 추운 날씨 천막을 지키고 있는 부모에게 핫팩 한 상자를 선물하고 가기도 했다. 생전 아이가 좋아했을 과자나 사탕, 인형 등은 이제 한 곳에 보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쌓였다. 부모는 추모객들이 전해온 물품들을 아이 납골당에 갖다놓고 일부는 보육원에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추모제 기간 붙여진 편지들은 생전에 아이가 편지 쓰고 받는 걸 좋아했던만큼 책으로 엮어 납골함 옆에 둘 생각이다.

이웃들은 추모제 기간 경황이 없는 부모를 대신해 추모객을 맞았으며 서명을 받거나 추모사를 읽기도 했다. 아이 부모가 올린 국민청원도 시민들의 많은 응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청원 게시글은 20일을 기해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원은 도로교통법의 허점을 지적하고 교통사고 가해자에 가중된 처벌을 해달라는 부모의 요구가 담겨 있다.

청원 22일을 남겨둔 현재 10만명의 동의를 더 얻는다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가해자는 1차 공판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았으며 오는 3월 23일 2차 공판이 열릴 계획이다.

아버지 A 씨는 “이웃들이 보내준 응원과 지지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가해자가 죗값을 달게 받고 더는 우리 아이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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