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축구인생 걸겠다는 초심 다져…선수들과 신뢰구축·조직력 극대화"
베트남축구사에 한 획 '고마워요! 박항서' 열광…현지문화 존중 '부드러운 리더십'
5시간 넘게 기다려 대표팀 맞은 베트남 총리 "이렇게 기쁠수가"…박 감독에 찬

▲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 사진과 함께 태극기, 금성홍기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인 베트남의 한 택시.
베트남 대표팀은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2018.1.27 [하노이한인회 제공=연합뉴스]
kms1234@yna.co.kr
▲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 사진과 함께 태극기, 금성홍기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인 베트남의 한 택시. 베트남 대표팀은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2018.1.27 [하노이한인회 제공=연합뉴스] kms1234@yna.co.kr
▲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베트남축구협회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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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베트남축구협회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8.1.30 kms1234@yna.co.kr
▲ (하노이 EPA=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국민의 대대적 환영 속에 귀국한 후 지붕이 개방된 2층짜리 버스를 타고 하노이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전날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아쉽게 패했지만, 시민들은 베트남이 동남아 축구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데 대해 환호했다.
lkm@yna.co.kr
▲ (하노이 EPA=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국민의 대대적 환영 속에 귀국한 후 지붕이 개방된 2층짜리 버스를 타고 하노이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전날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아쉽게 패했지만, 시민들은 베트남이 동남아 축구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데 대해 환호했다. lkm@yna.co.kr
▲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28일 오후 베트남 정부청사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환영을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날 베트남 축구역사를 새로 쓴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2018.1.29 [베트남 정부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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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28일 오후 베트남 정부청사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환영을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날 베트남 축구역사를 새로 쓴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2018.1.29 [베트남 정부 홈페이지=연합뉴스] kms1234@yna.co.kr
계속되는 박항서의 도전 "베트남 높아진 기대, 부담·책임 엄습"

"아침마다 축구인생 걸겠다는 초심 다져…선수들과 신뢰구축·조직력 극대화"

베트남축구사에 한 획 '고마워요! 박항서' 열광…현지문화 존중 '부드러운 리더십'

5시간 넘게 기다려 대표팀 맞은 베트남 총리 "이렇게 기쁠수가"…박 감독에 찬사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의 결승전을 앞둔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의 한 도로변.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 전 국가주석 사진 밑에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사진이 걸렸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 곳곳에서는 박 감독 및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가 그려진 스티커를 부착한 택시들이 운행하며 베트남팀을 응원했다. 베트남 전역은 박 감독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윤상호 하노이한인회장은 "우리나라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룰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모국인 네덜란드 국기를 함께 흔들며 응원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박 감독 사진이 호찌민 주석 사진과 함께 걸린 것은 베트남이 박 감독과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민을 만나 박 감독에 관해 물어보면 "깜언(고마워요)! 박항서"를 먼저 말할 정도로 '박항서 신드롬'이 불고 있다.

AFC U-23 대회에서 우승컵을 놓쳤지만 4강에 이어 결승까지 진출해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연 박 감독이 현지에서 '베트남의 히딩크',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것을 과장됐다고 보기 어렵다.

박 감독을 29일 오후 베트남축구협회의 한 켠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앞서 100명 넘게 몰린 베트남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4개월도 안 돼 이룬 기적 같은 성과의 공을 베트남 국민과 축구계, 선수들에게 돌리며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의 임기는 2020년 1월까지로 아직 2년이 남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박 감독은 "그 당시 높아진 우리 국민의 기대를 경험해봤다"며 "베트남 국민이 이번에 큰 성원을 보내줬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부담과 책임감이 엄습한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박 감독은 "감독이란 자리를 맡은 만큼 한 걸음씩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8월 아시아게임과 내년 아시안컵 등을 앞둔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와 상의해 대표팀을 꾸려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박 감독이 필요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그는 올림픽 준비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에 이르다고 입을 닫았다.

베트남 국민에게 각인된 박 감독의 이미지는 베트남을 존중하는 겸손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다. 현지 언론들은 경기 시작 전 베트남 국가가 울릴 때 가슴에 손을 얹는 박 감독을 주목하며 다른 외국인 감독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대한민국이 내 조국이고 사랑하지만,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예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일을 맞는 선수들의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격려하는 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팀의 단합과 투혼을 끌어냈다.

작년 10월 부임 초기만 해도 박 감독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베트남팀의 주력 포메이션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꾼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AFC U-23 대회를 통해 이런 부정적 시각을 말끔히 씻어냈다.

박 감독은 "이 대회의 본선 진출 팀 가운데 베트남의 객관적 전력을 보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팀을 맡은 지도 얼마 안 되고 선수들 파악도 안 돼 있어 조직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선수들과의 신뢰가 형성됐다"며 "아쉽게 결승에서 졌지만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박 감독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한일월드컵 때 코치로서 호흡을 맞춘 히딩크 감독과 관련한 것이다.

그는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데 대해 "어떻게 감히 히딩크 감독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며 몸을 낮추고 "히딩크 감독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가슴 속에 항상 같이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을 높게 평가하고 열광하는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가식 없이 행동하는 것이 베트남 국민에게 다가간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박 감독은 "축구 인생을 걸겠다는 생각으로 베트남에 왔다"며 "아침마다 초심의 자세를 다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힘을 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에 조언해달라고 하자 "정보도 없고 해서 곤란하다"며 "다음 기회를 보자"고 말을 아꼈다.

중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을 마치고 지난 28일 베트남으로 돌아온 박 감독은 각종 환영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 5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대표팀이 하노이 외곽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직후 시작된 카퍼레이드가 대규모 환영 인파로 제시간에 마치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 정부 청사에서 대표팀을 맞은 푹 총리는 "총리가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이 없지만 이렇게 기쁜 적도 없었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푹 총리는 또 "박 감독이 탁월함과 마법의 손길로 대표팀을 이끌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감독과 선수들에게 노동훈장도 수여했다.

베트남 국회의장의 격려 자리에 가야 할 시간이 다 됐다며 서둘러 인터뷰 자리에서 일어난 박 감독은 "한국에서 보내준 성원에도 감사드린다"며 "한국 축구지도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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