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에서 화재 발생 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역할은 매우 크다. 소화기나 감지기는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어서 모두 가구에 확대 보급할 필요가 있다. 70여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휘트니스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이후 대형 건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일반 가정이라고해서 소방설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지난해 12월 7일 논산시 벌곡면의 한 공장 숙소에서 불이 났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잠을 자던 직원들이 감지기에서 나온 경보음을 듣고 신속히 대피한 덕분이었다. 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큰 화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같은 달 18일에는 아산시 순성면의 한 주택 화목보일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일어나자 집주인이 집안에 비치된 소화기로 조기 진화해 불길 확산을 막았다.

사례에서 보듯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초기 진화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기구를 반드시 비치해야 하는 이유다. 소방시설법도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뒤쳐진 듯하다. 설치율이 아직 50%를 밑돈다고 한다. 그 이면에 "우리집에서 불이야 나겠어"라는 안전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다.

주거시설에서 화재 발생 시 경보기가 없는 경우 사망자 발생률이 3.6배나 높다는 부산소방안전본부의 분석결과는 소방설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최근 3년 간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28명이 사망했는데 화재현장 모두 화재경보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희생자들은 화재발생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너무 늦게 알아 참변을 당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4만 건이 넘는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화재로 1535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올 들어 벌써 하루 평균 124건의 화재가 발생해 50명 가까이 숨졌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을 끌어올려 화재로부터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겠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가구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지자체가 무상 보급하는 방안도 강구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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