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구 용암동 석 모씨, 네 식구 모두 질병 앓고있어
월 130만원 생계비 지원받아, 온기 없는 방에 약봉지 가득
언 밥 녹여먹으며 추위 버텨, 박종철 동장 “많은관심 필요”

▲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거주중인 석 씨 가정의 내부 모습. 김영복 기자
설 명절이 다가왔지만 지역 곳곳 복지사각지대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거세다. 영하 10℃를 밑도는 거센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차디찬 바닥에서 얼어붙은 밥을 녹여 먹으며 버티고 있는 이들이 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석모(63)씨 네가족은 삶의 벼랑끝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상처가 덧나 금방이라도 살점을 앗아갈 것 같은 가난과 시련 속에서 살고 있다.한낮 기온이 영하에 머무르고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13일. 석 씨 가족이 머물고 있는 곳은 말 그대로 ‘도심속 쪽방집’이었다.

방 입구에는 쌓인 가재도구와 먹다 남은 김치, 찬밥이 보였고 여기저기 피 휴지가 뒹굴고 있었다. 누우면 머리와 발이 벽에 부딪힐 정도로 방은 비좁고 벽에는 구멍 사이 바람을 막기 위한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훅 불면 입김이 나올 정도의 방 구석에는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늘어놓은 옷가지와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약봉지들만 가득했다.

30여년 전 괴산 화양동에서 용암동으로 이사온 석 씨네 가족은 집 안에만 갇혀 생활하는 ‘은둔형 가족’이다. 가장인 석 씨를 비롯해 구성원 모두가 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 공사장에서 막일로 생계를 이어온 석 씨는 심방세동과 혼합형 천식으로 바깥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공사장 일을 나섰다가 다시 길거리와 집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석 씨의 아내 이모(58)씨는 정신적 질환, 대인기피증으로 15년간 집 밖 외출을 하지 않았다. 20여년 전부터 원인모를 병으로 근육과 관절이 약해진데다 위계양까지 심해 앙상하게 바짝 마른 몸으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2012년 허리디스크가 파열된 큰 아들은 자유롭지 못한 사지로 바닥에 누워 외로움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출산 때부터 심장부정맥과 천식을 지니고 태어난 작은 아들은 5년전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난폭한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석 씨는 “가족 모두가 아픈 사람들만 있기 때문에 서로 화장실 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연탄재나 아들의 대소변을 치울때가 가장 버겁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인생 자체가 너무 무의미하다”며 “삶을 포기하고 농약을 마시고 싶을때가 많았지만 신앙적인 부분과 아픈 아들들을 바라보니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석 씨네 가족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월 13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의 약값과 교통비, 응급실 비용, 채무 등을 제하면 20만~30만원이 남는다.

아내 이 씨는 “아들들이 어려서부터 아픈 모습만을 지켜봐 왔다”며 “남들처럼 계란 하나, 두부 한 모를 사 먹이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현재 갖가지 복지서비스와 지역 사회의 나눔 봉사도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석 씨네를 돕기엔 역부족이다. 주민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긴급복지 지원사업과 사례관리 만으로 한계가 있다.

박종철 용암1동장은 “최근 석 씨네 가족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 받고 현장에 다녀왔다”며 “현재 주민센터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회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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