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한 단지 74가구 미계약, 추가 입주자 10대·20대 다수, 주택공급 규정 허점 드러나

클릭이슈1-세종아파트.jpg
투기과열지구인 세종시에서 작년 말 분양돼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에서 적지 않은 미계약분이 발생한 가운데, 미계약분 당첨자에 10대 미성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잔여 세대 입주자 모집에 나이 제한이 없는 점을 악용해 '금수저' 미성년자나 투기 수요가 가세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으로, 정작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제도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화건설·신동아건설·모아종합건설 컨소시엄이 분양한 주상복합 '세종리더스포레'는 평균 84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으나, 1188가구 중 정당계약과 예비입주자 계약 이후 미계약분 74가구가 발생했다. 이에 이달 초 잔여세대 74가구에 대한 추가 입주자 신청을 받아 최근 당첨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 미성년자들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명단을 보면 2007년생으로 올해 만 11세, 2001년으로 올해 만 17세인 당첨자가 아파트를 배정받았다.

또 이 아파트를 분양받기엔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당첨자 여러 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까지 세종시는 아파트 프리미엄이 짧은 시간에 많게는 수억 원씩 뛰면서 '청약 광풍의 주범', '투기의 장',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집결지'로 불리다가 지난해 8·2 대책에서 서울 강남 등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배려하고 청약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세종시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지나고 납입횟수가 24회 이상이어야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지는 등 청약 신청 자격 요건이 강화됐다.

또 민영주택을 공급할 때 가점제가 우선 적용되는 주택 비율을 확대해 세종시에서는 85㎡ 이하 주택의 경우 100% 가점제로 당첨자가 정해지고 85㎡ 초과 주택도 30%를 가점제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청약 자격 조건 강화는 정당계약 및 예비입주자 계약까지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후 미계약분 발생 시에는 자격 조건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진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제28조(민영주택의 일반공급) 9항에 따르면, 입주자를 선정하고 남은 주택이 있는 경우 '사업주체가 선착순의 방법으로 입주자를 선정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입주자'를 정의하는 별도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건설사 등 사업시행 주체가 잔여 세대 신청 자격 요건을 사실상 마음대로 정하고 있다. 이번에 10대 미성년자 등이 잔여 세대 당첨자에 포함된 세종리더스포레의 경우 건설사가 공지한 '신청 자격 요건'에서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 가능할 뿐 아니라 "나이, 세대주 등의 신청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청약 시 청약자 본인 인증을 위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만 있으면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에 당첨 확률을 높이려는 의도로 자녀 등의 명의를 동원한 신청자들이 생기면서 누가 봐도 집을 살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10대 미성년자와 20대 초반의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세종 리더스포레 분양 관계자는 "행복청에서 미계약분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 법규정에 맞춰서 모집공고를 낸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수요자들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잔여세대 신청자격 제한 조건이 없는 점이 악용될 여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미계약분에 자격 제한 조건이 따로 없어 그런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금 부분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미계약분 발생 자체가 최소화되도록 조치하는 한편 제도 개선 방안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