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문화재단 이춘아 대표이사가 끝내 사퇴하고 말았다. 그는 지역 문화단체로부터 대표직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재단 파행운영 책임 차원에서다. 3년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셈이다. 앞서 4대 박찬인 대표도 직원들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 등에 따른 부담으로 불명예 퇴진했고, 2·3대 박상언 대표 또한 민선 6기 출범과 더불어 자진 사퇴 압력으로 물러난바 있다. 3명의 전임 대표가 자신의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잇따라 밀려나는 모습이 어쭙잖다.

이 대표가 물러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의 부정심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부터였다. 특정 심사위원이 심사기피 규정을 무시한채 제자에게 만점을 주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사후에 관련 서류를 허위 작성하고 채점표까지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무능·무책임·부도덕의 극치라는 비난을 자초한 격이다.

정작 중요한 건 이토록 문화재단이 적법절차나 시스템이 아니라 연고주의 내지는 주먹구구식 업무처리 방식에 익숙하게 된 요인에 있디. 이 대표는 취임 초 조직내 불미스러운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사람을 승진시키는 등 인사 파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재단조직 사유화 문제가 제기되고 리더십에 의구심을 사는 일들이 연이어 터졌다. 대전 예총산하 10개 단체와 대전민예총, 원도심문화예술인 행동 등이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2009년 11월 재단 출범한 이래 초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재단 출범 9년이 가까워지도록 조직이 흔들리고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문화재단이 지역문화진흥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 태동했다면 거기에 걸맞은 조직과 기능으로 무장하고 실행력을 갖추는 건 당연지사다. 불편부당한 정책을 기획하는 한편 민간예술단체와 그 구성원의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 센터로서의 각오를 한시라도 놓치면 잡음만 양산시킬 따름이다.

시민의 신뢰 받는 문화재단으로 거듭나려면 비상한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조직의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이 그 첫째다. 문화재단을 이끌만한 적임자를 물색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행 대표이사 선임방식에 문제가 있다. 단체장 측근 인사, 코드 인사는 철저히 배격해야 마땅하다. 전문성 있고, 엄격한 도덕성과 따스한 심성, 화합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고루 갖춘 인사를 재단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