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없어 명분 논란

충남도에 이어 도내 4개 시·군에서도 인권조례 폐지가 추진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은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시·군 인권조례에는 관련 조항조차 없어 폐지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조례규칙심의회에서 일부 개신교 단체가 1만3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인권 기본조례 폐지 주민청구 조례안'을 시의회에 부의했다.

조례안이 22일 열리는 시의회 제200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될 경우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놓고 표결을 하게 된다.

공주시의회와 부여군의회 상임위도 각각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과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주민청구 폐지 조례안'을 보류 처리했다. 보류 결정은 심의를 다음 회기로 넘긴다는 것으로, 언제든 재의가 가능하다.

계룡시에도 개신교 단체가 1천509명의 서명을 받아 인권조례 폐지 주민청구 조례안을 제출해 주민등록 사실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 일부 기독교 단체는 인권조례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해 역차별을 불러오고, 오히려 동성애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충남도민 인권선언의 제1조 조항에 나와 있는 '충남도민은 성별, 나이…(중략)…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일부 문구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4개 시·군의 인권조례에는 '성 소수자 보호 관련 조항'이 아예 없다.

충남도 인권조례의 경우 제8조 1항에 '도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어 보수 기독교 단체에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지만 시·군 인권조례에는 이런 문구조차 없다.

이들이 혐오하는 것이 단지 성 소수자의 인권뿐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인권 그 자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충남지역 보수 기독교 단체들로 이뤄진 충남바른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의 무슬림 증가에 의해 테러와 범죄가 늘고 있어 사회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충남도가 이주민 조항까지 넣어 교묘하게 인권으로 포장했다"며 이주민에 대한 인권보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우삼열 충남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산시 인권조례 폐지 청구 이유를 살펴보면 시의 조례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고, 충남도 인권조례가 성 소수자를 옹호하니 아산시 인권조례도 마찬가지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해 제정한 것이 문제라며 국가 사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객관적인 논리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고 싶다는 게 이들의 본색"이라며 "여야와 진보·보수가 함께 만든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마저도 부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충남 인권조례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자유선진당 송덕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제정됐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 시행 중인 가운데 충남도의회가 지난 2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해 논란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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