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 양방언. 엔돌프뮤직 제공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남북선수(한국 박종아·북한 정수현)가 성화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의 음악을 제가 담당한 게 마치 운명적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양방언(58)은 개회식 현장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며 코끝이 시큰해지는 뭉클함을 느꼈다. 지난 9일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부터 성화 봉송·점화, 피날레인 '소망의 불꽃'까지 마지막 부분의 음악을 담당한 그는 "개회식에서 성화 점화는 꼭 사수해야 할 신으로 특히 제겐 남북 선수가 함께 성화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떠올렸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오는 25일 열릴 폐회식 준비를 위해 다시 평창으로 가는 길이었다. '운명 같았다'는 그의 말은 남다른 성장 배경 때문이다. 재일교포 2세인 그는 제주 출신인 북한 국적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인 한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학교 때까지 조선총련계 학교에 다니면서 북한 국적으로 살다가 1993년 아버지가 별세하자 서른 살이 넘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감회가 새롭고 신기했죠.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지만, 부모님과 제 성장 환경을 떠올리니 더욱 남다른 느낌이었어요. 음악을 통해 한층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고요."

4명의 음악 감독(양방언·이병우·원일·홍동기) 중 그는 성화가 전이경·박인비·안정환·남북 선수의 손을 거쳐 '피겨 여왕' 김연아가 달항아리 성화대에 점화하기까지의 음악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대곡(大曲)으로 완성했다. 성화 점화에 앞서 김연아가 은반 위에서 우아하게 스케이팅을 하는 장면에선 아름다운 스트링 선율과 성스러운 여성 합창단의 소리를 매칭했다. 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 150여 명이 참여한 음악의 변곡점들은 각각의 장면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선수들의 영혼이 담긴 성화가 들어오는 순간은 순수하고 평화롭고 자랑스러운 장면이어서 그 느낌을 녹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화 점화에 이어진 댄스팀 '저스트 절크'의 공연과 불꽃 축제의 역동적인 음악도 밴드 사운드와 오케스트라 선율을 더해 완성했으며 소프라노 황수미가 올림픽기가 게양되는 가운데 독창한 올림픽 찬가도 웅장한 느낌의 오케스트라로 편곡했다.

양방언의 음악은 이미 대형 이벤트에서 여러 차례 빛을 발했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공식 주제곡 '프런티어'를, 2013년 대통령 취임식 축하 공연에서 '아리랑 판타지'를 들려줬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 공연의 음악감독을 맡아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올랐으며, 일본에서도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 관한 방송 다큐멘터리 음악 작업을 했다.

그는 음악감독으로서뿐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위해 응원곡을 만들고, 올림픽 기간 열리는 문화 공연에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은 음반 '에코즈 포 평창'(Echoes for PyeongChang)을 내고 현대적인 선율에 정선아리랑을 녹여낸 동명의 응원곡을 선보였다. 또 이달 17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문화올림픽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에코즈 포 평창'이란 타이틀로 콘서트도 열었다.

폐회식 음악에 관해 묻자 그는 "개회식과 비슷한 선에서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장면을 맡아 음악 작업을 했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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